그곳은 사진 한 장 찍으러 가는 곳이 아니었다

등록 2022.03.25 09:26수정 2022.03.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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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7월 헌법재판소에선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된 피의자에게 신체 일부가 노출되고 냄새가 새어 나오는 유치장 내부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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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완도군에선 매월 한 차례씩 사회공헌활동과 지역사회봉사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밝고 건강한 완도군을 만들기 위하여 외딴섬을 찾아가 종합자원봉사활동을 펼친다.

지난 22일 방문한 섬은 주민 110여 명이 사는 소안면 횡간도로 이곳엔 각 분야별 자원봉사자 20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해 집집마다 방충망과 전기 안전점검, 노후된 보일러를 수리해주고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내과진료, 한방 침, 치과진료 등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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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협회에선 우정자 미용사를 비롯한 회원들, 보일러 수리는 인재 설비의 손경균씨, 전기 수리는 한전 해남출장소의 이기주씨,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방충망 수리는 모든 인테리어의 추상열 대표, 가전제품 수리는 LG가전제품 해남서비스센터 나승채씨, 가사봉사는 장완순씨와 부인회 회원들, 안경과 보청기는 왼도읍 굿모닝 보청기의 이상욱씨, 의료 봉사엔 보건 의료원의 공중보건의와 간호사들, 군청에선 여성가족과 최광윤 과장과 공무원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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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미용봉사는 미용협회 회원들이 파마, 염색, 커트를 해주며 지역사회를 위한 재능기부에 적극 동참했다.

또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양곡을 전달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가정을 찾아 가사 일을 도와주어 주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좋은 상황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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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신문


치매가 있는 한 독거 노인 가정의 상황은 심각했다. 지독한 냄새와 정돈되지 않는 옷가지며 이불 등. 그런데도 장완순씨와 가사도우미들은 늘상 있었던 일처럼 손을 걷어부치고 일사천리 정리 정돈을 끝마치며 환하게 웃었다.

소안면사무소에서 나온 복지팀장과 직원 또한 어려운 가정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소안면사무소 복지팀장은 "국민소득이 올라가 생활하는데는 별 불편이 없지만 섬 지역의 복지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며 "누군가 1등을 하면 꼴등도 생기기 마련인데도 누군가의 우위에 있어야 내가 존엄하다고 느끼는 세상은 조금은 낯설다. 나만 생각하는 존엄이 인권을 짓밟고 오히려 특권을 향해 가고 있는 사회, 그래서인지 외딴섬을 찾아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고맙고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수호자 같다"고 말했다. 


횡간도 부녀회장은 "외딴섬에 살다보니 교통문제 등 생활여건이 맞지 않아 제때에 머리를 못하고 있었는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찾아와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우정자씨는 "공감이란 것은 남을 위해서뿐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도 경이로운 선물이다. 소외된 이들, 버려진 감정들, 외면했던 상황들에서 도망치지 않고 머무르는 용기를 가짐으로, 타인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나 또한 담겨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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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윤 과장은 "매년 200호 미만의 27개 외딴섬을 대상으로 월 1회씩 찾아가는 외딴섬 종합자원봉사활동은 하루 생업을 포기하면서 적극 봉사해주신 봉사자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재능기부문화의 확산과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해 군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외딴섬 자원봉사를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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