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비냉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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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비빔냉면을 정말 좋아한다. 양념갈비를 먹으러 가면 물냉면과 짭조름한 갈비를 돌돌 말아 먹어야 맛있다고 해도, 엄마는 "나는 비빔" 하시니 말 다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어쩌다 혼자서도 식당에 가서 드시고 올 정도였으니, 말하자면 엄마는 '비빔냉면 마니아'라고 해도 될 정도다.
그런 엄마가 몇 년 동안 외출을 거의 안 하다 보니 다른 음식은 별로 생각나지 않는데 비빔냉면은 한 번씩 먹고 싶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딸이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엄마는 옆에서 보조역할만 해 주세요!"라고 큰소리치고 냉면 만들기에 들어갔다.
사실 나는 물냉면 파라 비빔냉면을 만들어 먹은 적이 별로 없어 살짝 걱정되긴 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만든 냉면 맛은 그저 그랬다. 웬만한 재료들은 다 들어갔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래도 엄마는 딸이 만들어 주니까 잘 드셨다. '음,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이왕이면 맛있게 해서 드리고 싶은데...' 생각하며 만들던 어느 날 깜빡 실수로 식초를 확 붓게 되었다.
그런데 어라? 사 먹는 맛과 비슷했다. '뭐야, 뭐야, 드디어 방법을 찾은 거야?' 좋아서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손발이 척척, 모녀의 비빔냉면 만들기
엄마가 비빔냉면 생각날 때쯤, 새로 찾은 그 방법을 다시 해 보기로 마음먹고 요리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면부터 삶는다. 포장지에는 '4분 동안 끓이세요'라고 친절하게 적혀 있지만, 엄마는 이렇게 한마디 툭 던졌다. "뭘 시계까지 맞추노, 찬물 부어가며 끓이다가 하나 건져 먹어보면 되지." 역시! 엄마한테는 타이머 따위 필요 없다.
부르르 끓어오르길 몇 차례, 엄마가 "됐다" 하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물을 틀고 면을 비벼 씻은 뒤 물기를 탈탈 털어 한쪽에 둔다.
이제 양념장 차례. 큰 볼에 엄마가 직접 만들어 짜지 않은 고추장 한 숟가락 반, 간장도 조금, 비법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비법인 식초는 역시 좀 '많다' 싶게 붓고 신맛을 별로 안 좋아하니 꿀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그다음엔 마늘과 파. 어느 요리 블로거는 생마늘을 다져 넣으면 더 맛있다고 했지만, 우리 집은 얼린 마늘뿐. 아직 색이 하얗기 때문에 다져 넣는 것과 맛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며 툭 잘라 한 숟가락.
여기에 파를 반으로 쓱 갈라 속이 드러나는 부분을 위로 향하게 놓고 다지듯 잘게 썬다. 파가 들어가야 음식 맛이 확 살아난다는 엄마 말에 이제는 격하게 공감하며, 듬뿍 넣는다.
모두 섞는다. 식초를 많이 넣고, 설탕이 아닌 꿀이 들어가고, 간장에 참기름까지 더 해져 양념장이 흥건하다. 파까지 들어가면 물이 더 날 테고. 미나리까지 올리면 빨간 국물이 남아돌 것 같은데,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