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이 많으면, 쓰던 컵을 개수대에 넣고 새로 꺼내 쓰니까 설거짓거리가 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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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해 7월에 우연히 <매일 하나씩 버리기> 인증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매일 하나씩 버린 것을 단톡방에 사진을 찍어 올렸다. 물건을 버리면서 '소중한 것만 남기기'에 방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는 나는 '버리기'보다 '비우기'라는 말을 더 좋아하게 됐다. 한 달 모임이 끝나고도 꾸준히 비우기를 실천하고 있다.
일단 물건을 비우면 청소가 쉬워진다. 정리할 물건이 적어지니까 청소 스트레스가 줄었다. 집안일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졌다. 컵이 많으면, 쓰던 컵을 개수대에 넣고 새로 꺼내 쓰니까 설거짓거리가 쌓이게 된다. 비우기를 하면서 컵을 가족당 한 개씩만 남겼다. 이제 가족 모두 각자 컵을 바로 씻어 사용한다.
소로는 <월든>에서 "인간은 자기가 쓰는 도구의 도구가 되어버렸다(63쪽)"라고 말한다. 한 사람이 컵 한 개로 살아도 충분한데, 예뻐서 또는 공짜로 받아서 혹은 손님이 오면 필요할까 봐 이렇게 저렇게 컵이 많아지면 오히려 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상황이 온다(식구들이 내놓는 컵 때문에 식기세척기를 샀다는 지인도 있다). 물론 사람이 물건 없이 살 수는 없겠지만, 같은 물건의 개수를 늘이지 않는 것, 최소한의 개수를 가지는 것이 '간소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50대 친구들에게 <월든>을 권한다
물론 '간소화'가 경제성장기에 자란 우리 50대에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은 공개적으로 "집에 자동차가 있는 사람? 피아노가 있는 사람?"을 물었고, 아이들은 손을 든 친구를 부러워했다. 물건의 결핍은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게 했고, '소유의 욕심'으로 이어졌다. 큰 집과 자동차, 비싼 옷과 음식... 소유에 대한 욕망이 커질수록 오히려 삶의 본질은 가난해지는 것이 아닐까?
주말, 서울에서 창원으로 갈 일이 있어 기차 안에서 오디오북으로 <월든>을 들었다. 눈으로 놓쳤던 <월든>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귀로 들어온다. 소로가 묘사한 호수와 동식물의 삶이 감동을 주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본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이제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선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싶다.
50대 친구들에게 <월든>을 권한다. 도끼 하나만 들고 숲에 들어가 살지 않더라도, 주식, 펀드, 부동산 등 물질만능주의에 피로한 우리에게 삶이 가벼워지는 방법을 <월든>은 다정하게 말해 줄 것이다.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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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세상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글쓰기로 중년의 빈 둥지를 채워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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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대에 쌓인 컵들... '식세기'가 답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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