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 또우화연두부에 시럽을 얹어 먹는 콩푸딩, 또우화. 대만 여행을 할 때 숙소 주인이 디저트로 먹으라고 한 그릇 건네 주었다.
김소라
그날도 어김없이 앨빈이 소개해준 채식완자탕 집에서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부엌에 있던 앨빈이 나를 부르더니 "콩 푸딩 먹을래?" 하고 물었다. "푸딩? 좋지" 하고 받아든 그릇에는 어디에서 많이 본 비주얼의 음식이 담겨있었다. 다름 아닌 연두부였다.
연두부에 달큰한 시럽을 뿌린 이 음식의 이름은 '또우화'(豆花)이다. 어떤 맛인가 묻는다면 다르게 설명할 것 없이, 시럽을 뿌린 연두부 맛이다. 낯선 조합이지만 맛은 익숙하다. 고소하고 부들부들한 연두부와 달콤한 시럽이 잘 어울린다. 대만에서는 여름엔 살얼음이 뜬 시럽을 연두부 위에 올려 빙수처럼 먹고, 겨울엔 따뜻한 시럽을 부어 먹곤 한다.
또우화는 연두부에 시럽을 얹고 삶은 땅콩, 팥 등의 고명을 올려 먹는 음식이다. 디저트로 먹기도 하고,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한다. 나는 대만에서 또우화를 만났지만, 홍콩, 중국에서도 즐겨 먹는 로컬 디저트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똑같이 또우화라고 부르더라도 북쪽에서는 짭짤한 양념과 향신료를 넣어 먹고 남쪽은 달콤하게 먹는데, 한국의 콩국수를 전라도에서는 설탕을 넣어 먹고 경상도에서는 소금을 넣어 먹는 것이 연상된다. 같은 이름이더라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즐기는 것이 음식 문화를 탐구하는 묘미이다.
여행을 통해 넓어지는 음식의 상상력
여행을 하다 보면 특정 식재료에 고정 관념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들이 생긴다. 식사용으로 익숙한 음식을 달콤하게 조리하여 디저트로 먹는다거나, 평생 차갑게 먹어 온 음식을 현지인은 뜨겁게 먹는 것을 보면 잠깐 동안 혼란스럽다.
차갑고 달콤하게 먹는 연두부뿐만 아니라, 완자탕에 들어 있는 양상추도 나를 당황하게 했다. 샐러드에 넣어 생으로만 먹던 양상추는 특유의 싱그러운 향이 따뜻한 국물 요리와도 잘 어울렸다.
두부는 따뜻하게만 먹어왔고 간장 같은 양념과 함께 먹곤 했을 것이다. 차갑게 하여 시럽을 올려 먹는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시럽을 올린 두부인 줄도 모르고 '콩푸딩'이라기에 한 숟갈 듬뿍 퍼서 입에 넣었으니 또우화에 낯을 가릴 틈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