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에파타(Ephatha)’의 전시장. 중앙의 계단으로 1, 2층이 연결된 내부는 구조적으로 대형 전시가 가능한 공간으로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권오준 조각전'(3.15.~4.10.)이다.
장호철
팬데믹 기간에 무려 60회의 전시회를 치러내다
어쩐지 미덥잖아 했던 내 우려와 달리 그간 안 대표의 갤러리 카페에서는 대략 60여 회의 개인전 및 그룹 전시회가 열렸다. 인구 9만5천(2022년 3월 현재)의 상주시에 화랑이라곤 상주문화회관 지하 전시장 하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그의 갤러리가 얼마만 한 구실을 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3월 30일, 수요일 오후에 그의 갤러리를 찾았을 때, 작지 않은 마당에 차가 빼곡했다. 전시장을 찾는 이는 얼마나 될까 늘 근심스러웠는데, 요즘은 하루 40~50명 이상이 찾아온다고 했다. 갤러리는 이미 1년 뒤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그건 달리 말하면 갤러리가 이 소도시의 '문화 수요'를 온전히 받아안고 있다는 뜻이다.
전시 중인 '우일란 개인전'을 둘러본 뒤 골짜기를 오르내리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자신의 갤러리가 쉴 틈이 없는 이유를 인구는 적어도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의 특성에서 찾았다. 여기엔 지역 대학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고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로 한 퇴직 공무원이 수십 년 모아온 희귀한 장서와 소장 작품을 전시한 것을 꼽았다. 전시 공간에 책과 소장 작품을 전시하니 갤러리가 미니 도서관이 되었다고. 그는 "갤러리에 미술 작품이 걸려있는 거라는 생각을 바꾼 멋진 전시회"였다고 회고했다.
갤러리 '포플러나무 아래' 건너편 산자락에 갤러리 '에파타(Ephatha)'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4월이다. 지역에서 오래 작품활동을 해온 서양화가 이정애 화백(63)이 안 화백의 갤러리와 같은 형식으로 문을 연 것이다.
주인이 부재중인 갤러리에는 안동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권오준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실은 1층 중앙의 나무계단을 오르면 다락방처럼 꾸며진 2층으로 이어졌다. 1층과 2층은 서로 완벽하게 개방되어 있는데 2층에는 무인 셀프바가 마련돼 있다.
1년 전 문을 연 갤러리 '에파타'도 10여회의 전업작가 전시회
전시장은 규모나 형태 등에서 카페로 지은 '포플러나무아래'와 비길 수 없다. 공간도 널찍하고 2층이라 벽도 성큼 높아서 대작도 얼마든지 걸 수 있는 구조다. 개관 기념전으로 연 이정애 대표 개인전에 100호에서 300호에 이르는 대작 여러 점이 전시됐다는 얘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