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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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에너지에서 비화석에너지로의 전환은 생태문명 건설의 기본적 전제이다. 중국의 탄소중립은 2020년 9월 시진핑이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2030년 탄소정점과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추진 대상이 되었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그해 12월 <신시대의 중국 에너지 발전>이란 문건을 발표하면서 2021년 3월 발표된 14차 5개년 계획의 신에너지 정책에 강한 추진력과 방향성을 부여하였다.
중국은 현재 이산화탄소(CO₂) 최대 배출국으로 2006년 미국을 제친 후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그 배출량이 미국의 2.5배까지 달했다. 중국 정부도 12차 5개년(2011~2015) 계획 이래 에너지생산 구조의 조정과 에너지소비 총량 및 강도에 대한 억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나친 석탄 위주의 생산 구조가 어느 정도 다원화되고 소비 구조도 저탄소화 전환의 추세를 갖게 되었다. 최근 10년간의 정책 실시로 석탄이 에너지 소비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70.2%에서 2020년 56.8%로 감소하였고, 비화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15.9%로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고, 2021년의 경우처럼 에너지생산 구조 조정과 에너지 소비 양대 억제 정책이 실시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전력난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어도 신시대 중국 에너지의 녹색 저탄소 전환은 결코 퇴행하거나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면에서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글로벌 사회의 탈탄소 로드맵이 여러 이유로 꼬이거나 답보할 수는 있다. 궁극에는 중국의 2030년 탄소정점과 206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도 선언에 그치고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 우선, 녹색 발전"이라는 에너지 전략의 대전제 아래 "비화석에너지의 우선적 발전, 재생가능에너지의 화석에너지 대체, 저탄소에너지의 고탄소에너지 대체"라는 정책의 방향은 어떤 상황에서든 견지될 수밖에 없다.
거대한 글로벌 산업으로 재편 중인 탄소중립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 1위국이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비화석에너지의 설비용량 및 발전량이 증가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2020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설비용량은 2005년에 비해 각기 3000배와 20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태양광은 세계 최대 신규 시장으로 폴리실리콘, 태양광 전지, 태양광 모듈 등의 생산량이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 수출한다.
중국이 이 같은 에너지 녹색 전환에 '진심'이라는 전망은 다음과 같은 생각에 근거한다. 첫째, 화석에너지 시대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일 수밖에 없으나 비화석에너지 시대 중국은 에너지 자립을 꿈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나 태양광이 보여주듯 규모화와 양산을 통한 기술혁신 및 가격 경쟁력으로 에너지 관련 수출국이 될 수 있다.
둘째, 에너지의 녹색 전환은 중국의 고질적인 동·서 격차와 도·농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 발전을 가져오는 유력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신장 자치구와 네이멍구 자치구가 중국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복합기지로 떠오르는 것은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현 시점 이 같은 에너지의 녹색 저탄소 전환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위한 경제건설에 반드시 필요한 '공급측 구조 개혁'과 '고품질 발전'의 실질적인 경로가 되고 있다.
애초에 탄소중립 이슈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서 인간을 비롯한 생물종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적 문제제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G2인 미국과 중국이 이 로드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 이슈는 더 이상 환경의 문제가 아닌 거대한 산업으로 '빅뱅'하였다. 이는 탈탄소 시대가 더 이상 구호나 선언이 아닌 '레알' 현실로 도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 탈탄소를 위한 탈탄소의 경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탈탄소의 이유였던 기후위기는 변화를 위한 명분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럼에도 간혹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다루는 우리사회의 담론이 여전히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만 이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정부든, 기업이든, 미디어든, 개인이든 거대한 글로벌 산업으로 재편 중인 탄소중립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고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당위로서의 탄소중립이 아닌 현실로서의 탄소중립, 기술로서의 탄소중립, 산업으로서의 탄소중립, 제도로서의 탄소중립, 문명으로서의 탄소중립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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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탄소연구소 이사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사회문화 관련 연구와 강의를 병행했다. 지금은 녹색탄소연구소에서 중국의 생태문명건설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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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최대 배출국' 중국의 생태문명 건설이 노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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