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13일 오후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불평등 체제교체’ ‘비정규직 없는 좋은 일자리’ ‘차별없는 노동권, 질좋은 일자리 쟁취’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권우성
이날 집회에는 서울과 경기를 포함해 부산과 포항, 울산,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최저임금 노동자로, 비정규직 노동자로, 보육교사로, 돌봄노동자로, 공장노동자로 일하는 이들이 모여 윤석열 새 정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 가운데는 서울에서 배달노동자로 일하는 홍아무개씨도 있었다.
홍씨는 "최근 한달 사이에 배달라이더들이 계속 교통사고를 당해 죽어나가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배민과 쿠팡이츠 등 플랫폼 기업들이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배달비를 시간에 따라 마음대로 바꾸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책이 없으면 배달라이더들이 거리에서 죽어나가는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이 몰리는 점심시간대는 배달비가 달라진다. 당연히 속도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고가 나도 플랫폼 기업들은 책임이 없다고 팔짱만 끼고 있다는 점이다. 배달노동자 한 명 한 명이 개인사업자라면서 말이다. 안전배달제 등 제도적인 측면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홍씨가 말한 안전배달제는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시간당 배달 건수를 제한하고 배달료를 인상해 일정 수입을 보장하는 제도를 뜻한다.
그러나 이날 집회가 급작스레 종묘 앞으로 잡혀 의외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도 있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종묘관리소 측이 '종묘공원에서 진행 중인 집회로 인해 종묘 관람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라고 발표한 후 실제로 종묘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종묘를 찾은 시민들이 닫힌 문을 보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종묘를 찾은 20대 대학생 정상훈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씨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솔직히 말하면 짜증 나는 상황이지만 노동자들이 제대로 말할 곳이 없으니 찾고 찾다 여기까지 온 거 아니겠냐"면서 "야구장에서 수천 명이 모여 치킨 먹고 삼겹살도 구워먹는데 노동자들이 모여 목소리 좀 냈다고 방역법 위반이다 말하는 건 좀 코미디 같다. 차별적인 행태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13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민주노총에 대한 수사를 예고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종묘공원에서 불법집회를 강행한 민주노총 소속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대상자들에게 신속히 출석을 요구하는 한편 채증자료 분석 등을 통해 엄정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