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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공사판 옆 산란... 부산 온천천 두꺼비의 예고된 비극

지난해보다 여정 험난할 듯, "이대로면 떼죽음 못 피해, 조경공사 조정해야"

등록 2022.04.14 15:14수정 2022.05.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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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공사장 옆... 이러다간 온천천 아기두꺼비 또 죽습니다 이들은 과연 안전하게 물밖으로 나와 이동으로 할 수 있을까요? ⓒ 이주영

 
 작은연못에서 기존보다 조금 늦게 부화한 부산 온천천 두꺼비. 올챙이 모습으로 종종 헤엄치고 있다. 두꺼비 올챙이는 개구리보다 검은 색이 특징이다. 자그마한 뒷다리도 살짝 보인다.
작은연못에서 기존보다 조금 늦게 부화한 부산 온천천 두꺼비. 올챙이 모습으로 종종 헤엄치고 있다. 두꺼비 올챙이는 개구리보다 검은 색이 특징이다. 자그마한 뒷다리도 살짝 보인다.김보성
 
"와, 이게 뭔교. 뭐가 이렇게 많소?"

13일 부산의 대표적 도심하천인 온천천에 산책을 나온 한 70대 어르신이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기존 산란하던 서식지에서 쫓겨나 다른 곳에 알을 낳은 두꺼비들을 살펴보던 상황이었다. 수련 아래에서 올챙이가 꼬물꼬물 헤엄치며 이동하는 모습을 그는 흐뭇하게 지켜봤다.

두꺼비 올챙이는 개구리와 달리 몸 전체가 검은색을 띠고 떼를 지어 움직인다. 감탄사는 계속됐다. 지나는 사람마다 "와 신기하다"라며 관심을 가졌다.

두꺼비 알이 꼬물꼬물 올챙이로, 뒷다리가 '쏙'

대도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두꺼비는 부산 온천천 생태계의 한 축이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펴낸 하천생태 가이드북 <부산 온천천의 생물> 마지막 장을 장식할 만큼 언제부터인가 유명 인사가 됐다. 기후 변화와 연관된 양서류가 도심하천에 공존한다는 것은 생물다양성이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다.

매년 이동 과정에서 수만 마리가 '로드킬(동물찻길사고)'을 당하면서도 이들은 본능적으로 알을 낳고 번식하고, 숨어지내며 자신의 터를 지켜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 사람을 위한 공사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산란장 역할을 하던 생태연못 주변은 지난해부터 공사장으로 변했다.

3월 말과 4월 초 찾아간 생태연못의 바로 옆에는 장마철 반복되는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형 빗물펌프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철제구조물이 박히고, 크레인이 들어서자 두꺼비들은 이곳에 알을 낳지 않았다. 이들을 대신해 물가 자리를 차지한 것은 누군가 버린 북미산 거북 리버쿠터였다. 환경부 지정 생태교란종인 이 거북은 질긴 생존력 덕택에 이런 공사가 상관없는 듯 했다.
 
사라진 두꺼비들 지난3월  27일 가본 부산 온천천 생태연못 상황. 빗물펌프장 건립을 위해 생태연못 주변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결국 두꺼비들은 올해 이곳에 알을 낳지 않았다.
사라진 두꺼비들지난3월 27일 가본 부산 온천천 생태연못 상황. 빗물펌프장 건립을 위해 생태연못 주변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결국 두꺼비들은 올해 이곳에 알을 낳지 않았다.김보성
 
사라진 두꺼비들 지난3월  27일 가본 부산 온천천 생태연못 상황. 빗물펌프장 건립을 위해 생태연못 주변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결국 두꺼비들은 올해 이곳에 알을 낳지 않았다.
사라진 두꺼비들지난3월 27일 가본 부산 온천천 생태연못 상황. 빗물펌프장 건립을 위해 생태연못 주변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결국 두꺼비들은 올해 이곳에 알을 낳지 않았다.김보성
 
사라진 두꺼비들 지난3월  27일 가본 부산 온천천 생태연못 상황. 빗물펌프장 건립을 위해 생태연못 주변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두꺼비는 결국 이사를 가고, 생태교란종인 거북 리버쿠터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손을 내밀어도 도망가지 않는다.
사라진 두꺼비들지난3월 27일 가본 부산 온천천 생태연못 상황. 빗물펌프장 건립을 위해 생태연못 주변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두꺼비는 결국 이사를 가고, 생태교란종인 거북 리버쿠터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손을 내밀어도 도망가지 않는다.김보성

반면 환경에 민감한 두꺼비들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작년만 해도 2월부터 알을 낳았는데 시기가 계속 늦어졌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 이 연못으로부터 700여 미터 떨어진 하류의 작은 연못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성체 두꺼비가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곳곳에서 알이 발견되면서다. 숫자는 줄었지만, 암수 두꺼비 여러 쌍이 수만 개의 알을 낳은 것으로 추정한다.


다른 반가운 소식은 도롱뇽도 20여개 정도의 도넛 모양의 알덩이를 남겨놓았다는 점이다. 온천천에서 도롱뇽의 알을 보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기존 연못의 절반 정도 면적에 수질이 좋지 않지만, 두꺼비와 도롱뇽은 이곳을 번식지로 선택했다.

부화한 올챙이 중에는 뒷다리를 움직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이 뭍으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은 50~60여 일 정도다. 긴 기다림 끝에 앞다리까지 나오고 꼬리가 없어지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뭍으로 이동한다. 어린 시절엔 물가에서 아가미로, 커서는 땅에서 피부·폐로 호흡하기 때문에 두 곳에 다 산다는 의미로 양서류라고 부른다. 환경과 밀접히 관련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이동마다 로드킬, 올해는 더 큰 문제

하지만, 두꺼비들은 지난해보다 험난한 여정을 마주하고 있다. 큰 공사를 피해 작은 연못으로 왔으나, 여기도 공사판이다. 부산시 연제구청은 3월부터 쾌적한 산책로를 조성하기 위해 화단을 뒤엎고 있다. 폭우 등으로 쓸려나간 부분을 보강하고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제는 두꺼비 '산란-부화-이동' 과정이 모두 공사 시기 안에 있다. 연제구 온천천관리계 관계자는 "공사는 두꺼비 새끼들의 이동 전에 마무리하고, 자전거 도로 등은 펜스를 쳐 막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사는 왔지만 이곳의 환경도 만만치 않다. 부산 온천천 두꺼비들이 산란한 연못 주변에서 진행 중인 화단공사. 공사시기는 두꺼비의 알이 부화하고 이동하는 때와  겹친다.
이사는 왔지만 이곳의 환경도 만만치 않다. 부산 온천천 두꺼비들이 산란한 연못 주변에서 진행 중인 화단공사. 공사시기는 두꺼비의 알이 부화하고 이동하는 때와 겹친다.김보성
 
 이사는 왔지만 이곳의 환경도 만만치 않다. 부산 온천천 두꺼비들이 산란한 연못 주변에서 진행 중인 화단공사. 공사시기는 두꺼비의 알이 부화하고 이동하는 때와  겹친다.
이사는 왔지만 이곳의 환경도 만만치 않다. 부산 온천천 두꺼비들이 산란한 연못 주변에서 진행 중인 화단공사. 공사시기는 두꺼비의 알이 부화하고 이동하는 때와 겹친다.김보성

"우리가 볼 때는 왜 저기에 알을 낳았지, 생각할 수 있어요. 본능이겠지만, (온천천이 그만큼 건강하다는 말이니) 고맙죠."

연못에서 만난 한 시민은 구청의 대응을 못마땅하게 봤다. 박아무개(33)씨는 "그러면 두꺼비들이 다 죽어나갈 것"이라며 "공사는 조금 늦게 해도 될 것 같다"라고 의견을 말했다.

환경단체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이지영 온천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두꺼비들이 물 안에 있는 동안은 그나마 괜찮겠지만, (이곳 환경은) 이동을 하게 되면 떼죽음을 피할 수 없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조경공사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두꺼비가 있는 연못 주변 공사를 아예 늦추거나 앞당기는 등 조정을 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 사무국장은 이런 말도 빼놓지 않았다.

"말로만 생태하천, 생태계 보호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해요. 두꺼비와 같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요. 하천에 새만 보여도 와 좋다고 하잖아요. 더 많은 생물이 살고 있어요. 이 다양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지난해보다 더 열악한 곳에서 대이동에 나설 부산 온천천 두꺼비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장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관련기사]
부산 아기 두꺼비 구조작전... 취재기자도 뛰어든 이유 http://omn.kr/1t9d1
[영상] '로드킬' 친구 옆 안간힘... 아기두꺼비들 지켜주세요 http://omn.kr/1t2z8
[영상] 부산 온천천 아기 두꺼비들의 목숨 건 대이동 http://omn.kr/1nn6l
 
 작은연못에서 기존보다 조금 늦게 부화한 부산 온천천 두꺼비. 올챙이 모습으로 종종 헤엄치고 있다. 두꺼비 올챙이는 개구리보다 검은 색이 특징이다.
작은연못에서 기존보다 조금 늦게 부화한 부산 온천천 두꺼비. 올챙이 모습으로 종종 헤엄치고 있다. 두꺼비 올챙이는 개구리보다 검은 색이 특징이다.김보성
 
부산 온천천에 사는 두꺼비 부산 온천천에 사는 두꺼비. 봄이 되면 온천천 생태연못 쪽에서 번식을 한다. 그러나 올챙이 시절을 거쳐 부화한 이후 대이동을 하면 어디로 가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부산 온천천에 사는 두꺼비부산 온천천에 사는 두꺼비. 봄이 되면 온천천 생태연못 쪽에서 번식을 한다. 그러나 올챙이 시절을 거쳐 부화한 이후 대이동을 하면 어디로 가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김보성
#온천천 #두꺼비 #생물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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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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