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먹고 있는 불개미거미.깡충거미의 한 종으로 개미가 흔들어대는 더듬이 흉내까지 완벽히 모방함.
이상헌
한편, 뮐러(Mullerian mimicry) 의태는 여러 종이 흉내내기를 하고 있어서 베이츠 의태와 차이가 난다. 뮐러 의태는 끼리끼리 닮는 것을 말하는데 진짜나 흉내쟁이나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포식자는 학습을 통해 비슷한 종을 사냥하지 않게 되므로 둘다 살아남을 확률이 커진다. 자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수렴진화의 예가 뮐러 의태다. 가령 노랑 바탕에 검은 줄무늬는 벌을 흉내낸 곤충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빨갛고 검은줄 패턴은 독사에게서 종종 관찰할 수 있다.
월리스는 다시 수년 후 말레이 반도 탐험을 통해서 종의 기원과 거의 똑같은 논문을 다윈에게 보낸다. 월리스에게 다윈은 존경하는 멘토였기 때문에 그가 살펴봐 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다윈은 월리스의 편지를 받고는 한참을 고뇌했다고 전해진다. 누가 먼저 논문을 발표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윈은 월리스의 논문을 가로챘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다윈의 연구를 알고 있었던 친구들이 해결책을 내놨으니 다윈과 월리스는 공동으로 종의 기원을 발표한다. 다윈은 여러 인물들과 교류했는데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Sir Charles Lyell)과 식물학자 조지프 후커(Joseph Dalton Hooker) 등은 종의 기원 출판을 원조했다. 곤충기로 이름난 파브르와는 바다를 건너 교류를 이어갔으며 좋은 관계로 남아 과학 발전에 이바지한다.
미리엄, 벼룩숙녀이자 마지막 자연주의자
시간이 흘러 세계 2차 대전 후에 진화론과 의태는 미리엄 로스차일드로 하여금 과학과 시를 융합하게 만들었다. 본 연재 39화에서 살펴본 미리엄은 대학이나 특정한 기업에 소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시켜온 인물이다. 이 오랜 전통을 이어온 사람들이 찰스 다윈,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기압계와 함께 바로미터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신학자), 헨리 캐번디시(Henry Cavendish, 수소를 발견한 물리학자이자 화학자) 등이다.
미리엄은 부유한 가문의 딸이었으므로 고리타분한 학계에 몸 담을 필요가 없었으며 기업에 딸려 연구의 자유를 제한당할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런던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중퇴하여 정규 교육을 마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이의 연구 성과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와 같은 유명 대학으로부터 명예 박사학위를 받게 만들었으며 1999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는다.
2차 세계 대전 때에는 이니그마 프로젝트(독일군 암호 해독)에 참여해 활약했으며 나치로부터 여러 아이들과 동족을 구했다. 미리엄은 평생 동안 350편이 넘는 과학 논문을 발표했지만 스스로를 과학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19세기의 마지막 자연주의자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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