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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모신 창원 팔의사묘역, 왜색 나무에 일본식 석축 '논란'

카이즈카 향나무 2그루, 일본 석축 양식 지적 ... 마산합포구청 "나무 이식 예정"

등록 2022.04.15 18:39수정 2022.04.1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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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팔의사묘역의 카이즈카 향나무. ⓒ 윤성효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했던 '8의사'가 묻혀 있는 묘역이 '왜색(일본)' 조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된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에 있는 '팔(8)의사묘역'에 대한 지적이다.

'팔의사 묘역'에는 1919년 4월 3일 일어난 '삼진독립만세의거' 당시 순국한 김수동, 변갑섭, 변상복, 김영환, 고묘주, 이기봉, 김호현, 홍두익 선생이 묻혀 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1월 26일 이곳을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했고, 경남동부보훈지청은 지난 4월 7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허성무 창원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관리묘역 지정 기념식'을 열었다.

앞서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은 3~4월에 걸쳐 이 묘역에 대한 조경공사를 벌였다. 조경은 마산합포구청이 발주하고 업체가 맡아서 했으며, 아직 준공검사는 나지 않았다.

팔의사묘역의 왜색 지적은 두 가지로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들어온 외래종 '카이즈카 향나무' 2그루와 일본 석축 양식으로 돌을 쌓았다는 지적이다.

카이즈카 향나무는 묘역의 홍살문과 비석 옆에 있는데 마치 카이즈카 향나무가 비석을 누르고 있는 느낌을 준다. 카이즈카 향나무는 이번에 조경작업을 한 것이 아니고 오래 전부터 심어져 있었다.


카이즈카 향나무는 대표적인 일제 잔재 왜색 문화다. 3‧1운동 100주년이었던 2019년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문화재구역이나 관공서, 학교 등에서는 퇴출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남도교육청도 중앙현관 화단의 카이즈카 향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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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팔의사묘역의 조경. ⓒ 윤성효

 

또 이번에 새로 작업한 석축 양식이 왜색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돌을 하나씩 들여쌓아 놓았고 돌 사이에 흙을 넣어 놓았는데 이는 일본 전통의 '스하마 양식'이다. 우리나라 전통 석축양식은 벽돌처럼 일직선으로 쌓는, 이른바 '바른층쌓기'다.

조경전문가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는 "스하마 양식은 지진이 빈번한 일본에 있는 석축 양식"이라며 "일제강점기 이후, 특히 1970~80년대부터 우리나라 공원이나 도로, 정원 등에 적용되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나무는 자연생태 구성물이자 인류문화 산물이고, 시대정신이자 문화 정체성이다. 석축도 마찬가지로 형태는 기능을 좌우하고 양식은 문화를 결정한다"며 "항일호국영령들이 잠들어 계신 곳에 일본 나무, 일본 석축이 있다는 것은 민족 정체성 훼손이자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팔의사께서 통탄할 것"이라고 했다.

조경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일본 호안이나 정원, 연못에 많이 볼 수 있는 스하마 양식이 맞다"며 "이 양식은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1970, 80년대부터 아파트 조경에 많이 쓰여 지금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 석축양식을 잘 모르기에 조경공사를 고증 없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항일정신을 기리는 곳이라면 일본 돌쌓기 느낌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마산합포구청은 카이즈카 향나무 이식을 검토하고 있다. 관계자는 "묘역 땅은 마을 공동 소유로 되어 있다. 카이즈카 향나무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향나무 두 그루는 이식하는 것으로 주민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축 양식에 대해 그는 "조경협회에 사진과 함께 자료를 보내 일본식 석축이 맞는지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일본식 석축이 맞다면, 아직 준공검사가 나지 않았기에 바꾸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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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팔의사묘역의 조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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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팔의사묘역의 조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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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팔의사묘역의 홍살문과 카이즈카 향나무. ⓒ 윤성효

#팔의사묘역 #왜색 #창원시 #국가보훈처 #국가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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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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