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두레방 현장 방문. 캠프스탠리 미군기지 앞
한상욱
시간을 되돌려봅니다. 50~60년대 전쟁고아로, 식모로, 다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직업소개소의 덫에 걸려 기지촌으로 팔려 왔습니다. 국가는 기지촌을 관리하며 여성들을 성산업에 동원하였습니다. 기지촌 여성들은 '양공주'라는 멸시를 받으며 살았지만 국가는 기지촌 여성들을 달러벌이와 외화 획득의 수단으로 이용하였습니다.
기지촌 여성은 국가 관리의 대상이었으며 미군에 의해 맞아 죽기도 하였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많았습니다. 아무도 이들의 죽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름 없는 여성으로 살아야 했고 이름 없는 무덤에 묻혀야 했습니다. 1992년, 미군에 의해 살해된 윤금이씨도 그곳에 있습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기지촌 여성들이 살았던 빼뻘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색바랜 영어 간판만 남아 있고 상가는 닫혀있으며 마을은 텅 비어 있습니다. 시간은 그 세월에 정지된 듯합니다.
두레방은 지금 기지촌 여성을 위한 생활 안정과 의료지원, 장례지원 등 조례 법안 마련과 입법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요원한 상황입니다. 기지촌 여성들의 가해자는 분명 국가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
'왜 국가가 나서서 기지촌을 더 활발하게 만들었는가? 안에서는 달러벌이 애국자로, 밖으로는 손가락질 받는 그런 삶을 살아온 우리의 삶이 너무나 억울합니다.'
- 2017년 12월 21일 미군 위안부 국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원고 박 **의 최종변론 중에서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빼뻘 마을을 뒤로 하고 인천으로 다시 달려옵니다.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 in 인천, <평등길1110> 영화 상영을 하였습니다.
인천지역에서 차별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이 참석하였습니다. GM 비정규직 노동자와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 지역지부 출입국관리소 지회장, 인천의 이주 난민, 청소년 단체 '아수나로' 활동가, 성소수자의 이야기 모두가 절절합니다.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입니다. 이보다 더 높은 가치는 없습니다. 누구도 인간을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존엄을 위해 용기 있게 싸우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우리는 한치도 '차별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