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빨래이불 빨래만 하다 정말 하루가 다 갈 지경이었다.
황승희
고양이 화장실을 침대에 올려놓기까지 해 보았다. 눈앞에 있는 화장실을 보고도 이 화장실만 아니면 된다는 듯, 누가 영역 동물 아니랄까 봐 자신이 개척한 새 침대로 화장실을 지정한 내 고양이는 그 구역을 고수하기로 한 것처럼 보였다.
가능한 모든 청소 도구를 동원했지만 침대 겉만 닦였을 뿐, 이미 침대 매트리스는 소변을 머금은 상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라도 해야 했어서 부랴부랴 방수 패드를 구입, 침대 위에 깔았다.
방수는 될지언정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암모니아 냄새, 누워서 들썩거릴 때마다 증기 기관차의 연통처럼 칙칙 푹푹 뿜어져 나오는 그 냄새를 견디는 것은 두어 달이면 충분했다.
다시 구입한 새 침대는 초동 대처를 잘해서 암모니아로부터 지킬 수 있었으니, 침대 위에 있는 것만 빨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불 빨래만 하다 정말 하루가 다 갈 지경이었다. 건조대에 널어놓은 이불이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세탁기에서 이불이 돌아가고 있었고 세탁실 바닥에는 그다음 이불이 차례를 대기하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큰 비닐을 생각해 내고 나서야 드디어 이불 빨래를 멈출 수 있었다. 김장봉투 3장을 테이프로 연결하여 침대 이불 위에 펼쳐 덮어놓았다. 요즘은 외출하고 들어와 보면 그 비닐 위에 귀여운 옹달샘이 만들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