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에게 웹툰을 권한 이유

디지털 문해력이 중요한 다음 세대를 위하여

등록 2022.04.28 15:42수정 2022.04.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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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이 요즘 핫하다. 세상을 읽는 만능열쇠처럼 느껴질 정도로 여기저기서 문해력의 중요성을 말한다. 아이들이 책 대신 유튜브에서 길을 찾는 동안 나는 문해력이 그곳에도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누군가는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문해력은 여전히 책을 많이 읽어야만 가능하다고 설파했고, 누군가는 요즘 문해력은 그 영역이 더욱 확장되었다고도 주장했다.

나는 여전히 헷갈렸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문해력이 충분히 발달할 수 있다는 후자를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믿음의 영역이었다. 대충 건너 듣는 풍월로는 문해력의 정확한 의미조차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안 읽으면 안 읽을수록 나의 맹목적인 '믿음'은 더해만 갔다.

평소에 팔로우하던 교육단체에서 카톡이 울렸다. 문해력 강좌가 곧 열린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귀가 솔깃했다. 그동안 아무리 좋은 강의도 마다하던 나였는데 '문해력' 한 단어에 이렇게 마음이 동할 줄이야. 게다가 나만큼이나 많은 부모님들이 문해력의 정확한 실체, 요즘 세대의 달라진 문해력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나저나 다수에 묻혀야만 안도감을 느끼는 이 몹쓸 정서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어쨌든 나는 무엇보다 문해력이 유튜브 영상만 주야장천 보는 영상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키워질 수 있는지가 가장 궁금해서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문해력에 대한 이해를 이참에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겨우 마음을 냈는데 미래 문해력, 수학 문해력, 혁신가의 문해력, 영어 문해력 등등 문해력을 참 잘게도 쪼개 놓은 것이 아닌가. 식어버리려는 열정을 겨우 부여잡고 다시 강의를 살폈다.

엄마인 나는 학교 때 그럭저럭 남들 안 다니던 영어학원도 많이 다니면서 영어 경쟁력은 챙겼지만 아이들에게는 도대체 영어를 어찌 쉽게 가르쳐야 하는지 늘 고민이던 차에 영어 문해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영어는 기본적으로 문해력을 알고 난 다음에 터득하는 한 단계 높은 경지일 거 같았는데, 그런 호기심이 오히려 나를 더 이 강의로 이끌었다.

막상 들어본 김혜영 교수의 '책 안 읽는 세대를 위한 미래 영어 문해력' 강의에서 기대치 않게 문해력 전반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영어 문해력에 특화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 강의를 통해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까지 덤으로 얻은 것이다. 영어 문해력을 이해하기 전 단계로 디지털 문해력에 대해 잘 정리해준 덕분이었다.


강의를 듣자마자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설명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과거의 읽기 쓰기가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는가'였다. 과거에는 읽어야 할 것이 '정해져' 있어서 주어진 걸 읽기만 하면 됐고, 읽을 사람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서 쓰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현재는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디지털 문해력에서 읽기란, 읽어야 할 것을 얼마나 잘 찾고 얼마나 잘 걸러서 읽은 것을 잘 활용하는지까지로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 문해력에서 쓰기란, '쓰기만 해서 뭐하는가? 아무도 읽어줄 사람이 없는데'에서 출발해 '얼마나 사람들이 읽고 싶게 쓰는가, 내가 쓴 것을 얼마나 사람들에게 가 닿게 하는가'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유튜브만 보던 우리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세상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옳고 그른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만큼은 부모 세대보다 월등하다고 믿고 있었던지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학교에서 권장도서라고 '정해주는' 책만 읽게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영어도 '언어'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문법 중심, 독해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어려움을 느낄 때 별다른 대안이 없어 늘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런데 강의에서 '영어 독해에 대한 9가지 오해'를 말씀해주시는데 문법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강한 확신도 얻을 수 있었다.

9가지 오해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이런 것들이다. 단어의 뜻을 많이 암기해 두면 독해를 잘할 수 있다, 문장 구조를 잘 분석하지 못하면 독해를 잘할 수 없다, 영어 독해 실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은 본문을 모조리 외우는 것이다.

강의를 듣자마자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얘들아, 영어 웹툰만 많이 봐도 영어 문해력을 키울 수 있다는데?" 웹툰은 우리나라 웹툰이 가장 재미있다고 한다. 네이버에서 외국인들을 위해 우리나라 웹툰을 영어로 번역해서 제공하고 있다니! 게다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쉬운 영어로 되어 있단다. 당장 아이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아이들은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은데 공부 방법이 너무 획일적이고 지루하며 어려웠기 때문에 그동안 공부를 제대로 못한 거라 나는 믿는다. 요즘 핫한 문해력이 무엇인지, 또 속이 뻥 뚫리는 영어 공부 비법에 대한 꿀팁을 듣고 최대한 많은 부모님들이 나처럼 기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영어문해력 #영어 웹툰 #디지털문해력 #읽고싶게쓰는가 #책안읽는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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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호기심 많은, 책 만드는 편집자입니다. 소심한 편집자로 평생 사는가 싶었는데, 탁구를 사랑해 탁구 선수와 결혼했다가 탁구로 세상을 새로 배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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