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처럼, 춤도 그렇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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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끝났다. 공연인지 행사인지 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간이 멈추자, 춤추는 이들은 사라졌다. 세종대로는 바쁜 보행자들이 다시 점령했다. 그 속에서 되물었다. 조금 전까지 내가 뭘 한 거지?
이런 춤이 있구나. 그러고 보니 나도 그 사람들과 함께 춤을 췄다. 그것도 즐겁고 신나게. 아니, 내가 춤을? 몸치인 내가?
그로부터 몇 년 후, 6개월 정도 이 춤(힐링커뮤니티댄스)을 배우며 깊이 빠져들어 갔지만 사정이 생기며 춤과는 다시 멀어졌다. 그리고 다시 몇 년 후, 나는 암환자가 됐다.
'이완'의 감각을 알게 해준 춤
지금에 이르러 춤이라는 끌림은 내 몸을 돌보는 일상이자, 다른 몸들과 함께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싶은 꿈의 씨앗으로 자라났다. '암' 덕분이다.
암의 등 떠밂에 힘입어 아침마다 내 몸과 춤추는 시간을 갖는다. 방바닥에 등을 대고 천장을 향해 눕는다. 양팔과 두 다리를 길게 뻗은 후 무릎과 고관절, 골반을 이완한다.
오른 무릎과 허벅지에 왼 무릎과 허벅지를 기대고, 몸 전체를 바닥에 내맡긴다. 왼쪽 세 번째 손가락 끝에 연필심을 달아 바닥에 원을 그린다는 상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동작(movement)의 이름은 '원리츄얼(one ritual)'이다.
바닥에 원을 그리며 내 몸, 뼈와 근막과 근육과 마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암 진단 직후에는 원리츄얼을 제대로 끝맺을 수 없었다. 복잡한 생각과 쌓였던 긴장에 몸이 제각각 놀았기 때문이다.
'춤추는 암환자'로서 스트레스 대신 이완된 몸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휴면 암세포를 자극하고, 쌓인 스트레스는 근육을 딱딱하게 긴장시킨다. 이래서는 건강하게 살기도, 춤을 출 수도 없다.
원리츄얼을 다시 시작한 지 10개월이 조금 넘어간다. 이제 바닥에 원을 그리고, 골반을 오픈하고, 고관절을 바닥에 내맡기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과정들이 많이 편해졌다. 이완을 통해 내 몸이 회복되고 있음을 느낀다. 춤을 추는 일도 조금씩 늘려가는 중이다.
이렇게, 춤을 추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