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암돈대에서 바라본 봄날의 석양. 석모도로 해가 졌다.
이승숙
굴암돈대에서 바라본 석양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는 내 말에 돈대 인근에 사는 분이 봄에는 해가 바다로 지지 않고 석모도 방향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바다로 떨어지지만 봄에는 바다를 지나 석모도 쪽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지만 계절에 따라 조금씩 위치가 변한다면서 굴암돈대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려면 가을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봄의 굴암돈대에서 마음에 들 만큼의 석양은 보지 못했지만 대신 다른 것을 보았다. 아마도 굴암돈대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겨울이 아닌 봄에 우리를 불렀나 보다. 겨울이었다면 석양에 마음을 뺏겨 그 외의 것은 눈에 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숙종, 강화도를 요새로 만들다
굴암돈대는 강화도에 있는 여타의 돈대들과 마찬가지로 숙종 5년(1679)에 만들어졌다. 숙종은 46년간 왕위에 있으면서 국방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강화도에 있는 54개의 돈대 중 50개가 숙종 때 만들어졌으니, 한양 수호에 만전을 기했던 당시를 떠올릴 수 있다.
강화도를 상징하는 표상(심벌마크)에는 세 갈래의 물줄기가 표시되어 있는데, 그것은 강화도로 흘러오는 세 개의 강, 곧 한강과 임진강 그리고 예성강을 뜻한다. 과거, 바다와 강은 길이었고 한강과 닿아있는 강화도는 한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만약 적이 바닷길로 쳐들어와 강화도를 점령하면 한양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강화도를 지키는 게 곧 수도인 한양을 수호하는 길이었다.
강화에는 5개의 진과 7개의 보 그리고 54개의 돈대가 있었다. 수도인 한양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었다. 돈대들은 진과 보의 관할 아래 있었고, 하나의 돈대에 별장(장교) 2명과 군졸 3명이 돌아가며 수직을 하였다. 마치 지금의 해병대 2사단과 마찬가지 역할을 5진7보 54돈대가 했다.
한강하구와 강화도를 지키는 해병대 2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