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샘 작업을 하고있을때면 늘 내 옆으로 다가와 잠을 청하던 녀석이었다.
김종수
막 결혼했을 당시 나는 아내가 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아이가 없었던 관계로 아내는 함께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며 정을 주자고 했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반려동물에게 많은 정을 주는 내 성향상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일까, 털 문제도 있으니까 집은 안 되고 사무실에서만 키우자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찬성은 했지만 아내가 데려온 고양이에게 난 의도적으로 정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호시탐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고양이를 다른 곳으로 입양시킬 것을 권유하는 등 고양이 입장에 나는 악덕(?) 계부였다. 실제로 고양이 털이 날려서 사무실이 엉망이 되기도 했던지라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나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끝까지 고양이를 지켰다. 태어난지 몇 개월 되지 않았던 녀석에게 '순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매일 안아주고 노래도 불러주는 등 그야말로 애지중지했다. 어미랑 떨어져서 슬펐을 시기에 사랑을 정말 많이 주었고 이때의 관계로 서로간 애착도 확실하게 형성된 듯싶다.
동물에 관한 TV 프로그램을 보니 고양이는 3개월 정도 떨어져 있으면 집사(주인)의 얼굴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사실 그 부분은 좀 걱정이 됐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 육아를 해야하는 관계로 아내가 사무실을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무실에 자주 나올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녀석은 아내의 얼굴과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
낯선 이들을 그렇게 경계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순심아'라고 부르면 구석에서 기어나와 아내를 반긴다. 이 녀석이 영리한건지 아님 새끼 때 애착관계가 잘 형성된 것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튼 처음의 마음과 달리 이 녀석은 나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사라진 고양이, 4일간 너무 힘들었다
지난해 여름 사무실을 새로 구하는 과정에서도 첫 번째 조건은 순심이의 보금자리였다. 그렇지 않아도 사무실에서 외롭게 키우고 있는데 자리라도 넓고 편한 곳에 두고 싶었다. 조건을 따지다 보니 사무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겨우겨우 현재 있는 곳을 선택하게 됐다. 지붕이 있고 환기가 잘 되는 넓고 큰 옥상이다.
그러던 중 얼마전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순심이 밥을 주려고 옥상으로 향했는데 문이 열려 있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안을 들여다보니 순심이가 보이지 않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된 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문을 열어 놓았는지는 당장 중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순심이를 찾아야 했다.
하루종일 근처를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슬픔과 절망이 몰려왔다. 지역 사람들이 모인 SNS에 사례금을 걸고 홍보글도 올리고 수시로 사무실 근처를 돌며 순심이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퇴근 때마다 작은 희망을 가슴에 품어봤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출근 후 비어있는 옥상을 바라볼 때면 너무 힘들었다. 혹시나 냄새를 맡고 찾아올까 싶어 주변 물건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심지어 대소변도 그대로 두었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찾아왔을 때 혼란스럽지 않도록.
정말 힘들었다. 오죽하면 수년 동안 거의 먹지 않던 술까지 먹었다. 잠을 자다가도 순심이 생각이 들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대로 잠이 들면 악몽을 꿀 것만 같았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그리움보다는 걱정이었다. 밥은 제대로 먹는지, 위험할 일은 겪고 있지 않은지, 얼마나 무서울까 등의 생각이 들 때면 너무 미안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갈수록 깊어졌다. 나야 이런저런 다른 세상이 있지만 순심이에게 세상은 우리 부부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