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초청을 받아 취임식에 다녀왔다. 사진은 가세연이 공개한 초청장.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그렇다면 2022년 한국에서 반지성주의라 명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것처럼 "집단적 갈등으로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는 입맛에 맞는 편향적인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보를 편향적으로 취사선택을 하는 이들에게만 있지 않다.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를 창출하고 유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반지성주의를 유도하는 이들 역시 문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아래 가세연)다. 가세연은 부정투표설과 같이 진실과는 상관없이 왜곡과 허위를 뒤섞은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영상을 올려왔다. 공인도 아닌 이들의 얼굴을 포함한 신상을 공개한 경우도 있다. 아예 대놓고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따르면 반지성주의로 점철된 이들이야말로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에 다름없다.
그런데 이런 가세연이 윤 대통령의 특별 초청을 받아 취임식에 참석했다. 가세연은 취임식 날이 10일, '[현장출동] 당선인 초청'이라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밝혔다. 강용석 가세연 소장과 김세의 가세연 대표는 초청장을 꺼내 들며 자랑하기도 했다. 반지성주의를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으로 규정해놓고는 반지성주의의 대표주자를 취임식에 초청하다니, 모순의 극치다.
구체적 대안 없이 표심 구애용 '한 줄 공약'은 후퇴
비단 가세연을 취임식에 초청한 것만이 모순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가 대선 과정 내내 반지성주의적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른바 '한 줄 공약'을 올렸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가족부 폐지'나 '병사 봉급 월 200만 원'이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 없이 단순히 젊은 남성층의 표심을 사기 위한 자극적이고 무책임한 행위였다. 실제로 해당 공약들은 지난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과제'에서 제외되어 '공약 후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윤 대통령은 호프스태더가 반지성주의 개념을 통해 비판한 매카시즘적 반공주의와 결이 맞닿은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멸공', '난 공산주의가 싫다' 등의 게시글을 올리자 이후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이마트를 방문해 멸치와 콩을 샀다는 게시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의 해시태그도 함께 달았다. 이후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멸공 릴레이'를 이어 나갔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페이스북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다섯 글자를 게시한 적도 있다.
멸공과 주적이라는 냉전 시대의 용어가 2022년 대한민국에 다시 돌아온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외에도 외국인 건강보험과 관련해 1조 5천억 원이 넘는 흑자가 난 사실은 애써 무시한 채 국민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다고 비판하며 외국인 혐오를 조장한 것이 반지성주의가 아니면 무엇일까(관련기사 :
'숟가락 망언' 윤석열 후보는 외국인 건보 흑자 알고 있나 http://omn.kr/1x56w).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만 살펴본다면 그는 스스로 언급한 민주주의의 지탱 요소인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와는 정반대로 반지성주의에 입각해 민주주의의 위기를 만들어오는 데 앞장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행보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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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에 '가세연' 초청하고 '반지성주의' 운운, 모순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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