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성실(근로·면접 시의 성차별 실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진행하게 되면서 20대 여성들이 실제로 겪은 성 불평등 실태에 대해 알리고 싶어졌다. 이에 따라 현재 직장에 종사하고 있는 두 명의 20대 여성에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목소리를 내어줄 수 있는지 부탁했다.
인터뷰는 지난 5월 12일 진행되었다. 김민지(가명)씨는 공무원으로 5년 동안 일한 20대 여성이며, 박지민(가명)씨는 컴퓨터 코딩 분야에서 5개월간 일한 20대 여성이다. 다양한 업종에 속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노동시장의 성평등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혀 다른 두 분야에서, 다른 경력을 가진 두 사람을 선정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여성이 '커피 접대' 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 여전해"
- 이 일을 왜 선택했으며, 생각했던 것과 실제 업무는 어떻게 달랐나요?
김민지(가명): "제 업무만 문제없이 잘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이 일을 선택했지만 실제로는 업무 처리 능력보다 개인 시간 등을 활용해서라도 투철한 봉사 정신을 필요로 하는 업무가 많았습니다."
박지민(가명): "전공과목을 살려 직무를 선택하면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한 향후 유망한 직업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일을 선택했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실제 업무는 유사했습니다. 실제 직업 환경을 학부 인턴 등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업무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기 수월했습니다. 따라서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실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처음과 지금 이 일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생겼나요?
김민지(가명): "네. 개방적이고 수평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훨씬 더 경직적, 폐쇄적이고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편이며 상하 수직적인 구조에서 오는 잦은 회식, 행사 등으로 인해 주말 또는 공휴일에 개인적인 시간을 침해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박지민(가명): "일 자체에 대한 예상은 처음과 동일합니다. 취업 전 실무 체험의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혹시 직장에서 어떤 성차별을 겪었나요?
김민지(가명): "비교적 제도들이 잘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많은 조직 특성상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들이 존재합니다. 식물에 물주기, 손님 커피 접대 등은 여성이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입니다."
박지민(가명): "직업군 특성상 남녀 성비가 차이가 많이 나는 편입니다. 저의 경우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사실 차별이 업무 중 본격적으로 있다기보다는 같은 성별끼리 몰려다니는 등 친목 활동에 어느 정도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차별적 언행이라고 하자면, '블라인드'라는 익명 게시판에서 남초 집단에서는 여성을 채용하기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자는 야근시키면 싫어한다', '우리끼리 농담 주고받는 것도 불편해한다' 등의 이유를 대며 남초 집단에서 여성 채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갖추지 못한 곳이나 대표 개인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는 소규모 집단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 성차별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나요?
김민지(가명): "불평등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습니다.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에 초점을 두는 공무원 집단의 특성상,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려 들면 그 당사자의 성과 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이 생깁니다. 나 하나 목소리 낸다고 바뀌는 게 없기 때문에 크게 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습니다."
박지민(가명): "말이 통할 것 같은 집단이라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집단이라면 이야기하기보다는 피하기를 택합니다."
-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나요?
김민지(가명): "쉽지 않았지만 상사에게 이러한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다 그렇다'는 얘기만 들었고, 바뀌는 건 없었습니다."
박지민(가명): "차별을 직접적으로 겪는다면 처음에는 소통을 시도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그때부턴 법적 대응을 고려해보거나, 더 나은 조직문화를 갖춘 곳으로 이직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 노동시장에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김민지(가명):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데에 비해 기업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 공백을 염려해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암암리에 채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성 근로자들이 출산 등을 미루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시장 자체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고 국가 차원에서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 예를 들면 파트타임제 필수 사용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박지민(가명): "우선 성비가 어느 정도 갖추어져야 성평등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비가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남초/여초 집단이라면 그래도 같은 성별이 최소 1인 이상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이 원하는 성평등한 일터는
- 일이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김민지(가명): "일이란 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하락시키는 창과 방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석하게도 목표 의식이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박지민(가명): "일이란 자아 발견 및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일을 하면서 나를 발견해가고 발전해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일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므로 내가 일터에서 고통스러운 차별 등을 겪는다면 맞서 싸우거나 잘라내는 등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떤 일터에서 일하고 싶으신가요?
김민지(가명): "불필요한 회식 및 주말 행사, 단합 등은 줄이고 일과시간 이후에는 자기 계발 등을 위한 개인 시간이 존중되는, 나이/재산/결혼/자녀 계획 등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캐묻지 않고 철저하게 일과 사생활 영역이 분리 보장되는,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동료 및 부하 직원들에게 불합리한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박지민(가명): "내가 즐겁고, 행복한 곳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추상적인 기준이지만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선 만족스러운 연봉, 성장성, 쾌적한 업무 환경 등이 보장된 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김민지(가명)씨, 박지민(가명)씨,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더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아쉽지만 두 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기회였다. 또한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지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여성들의 인식 개선이 하나하나 모여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성차별적인 세상을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다. 목소리를 내야만 바뀔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차별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고 권리이다. 이렇듯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성 불평등도 언젠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느리지만 지금도 세상이 계속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작은 바람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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