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부터 재개된 시립마포노인종합복지관 경로식당 풍경.
손가영
"코로나 초 6개월 정도는 정말 속이 부대꼈어. 생활이 180도 달라지니까. 우리는 한 해 한 해가 달라. 애들이 하루 하루 크는 게 다르듯이 우리도 조금만 지나도 '아유 더 노하셨네(늙으셨네)' 해. 근데 코로나로 아무 것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니 더 빨리 망가져."
지난 5월 23일 서울마포노인종합복지관 경로식당 앞에서 만난 방윤영(75)씨는 식사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며 건강상태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곳 경로식당은 코로나 사태로 2020년 2월 8일부터 내내 문을 닫았다가 2년 3개월 만인 5월 16일 문을 열었다. 복지관에서 무료 급식 지원을 받는 회원은 170여명, 방씨는 이 중 한 명이다.
13년째 복지관을 다니는 그에겐 복지관 경로식당은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혼자 사는 집에선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니 영양사가 짜주는 식단에 따뜻한 밥과 국이 나오는 복지관에 많이 의지했다.
특히 "몸 운동, 입 운동"도 됐다. 25분가량 걸리는 거리를 매일 왕복으로 걸으면 상당한 운동이 됐다.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바둑을 두거나 옆에서 지켜보고,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서 나무 그늘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게 하루의 소일거리였다.
그러나 2년 3개월 간 식당은 물론 복지관도 거의 문을 닫았다. 유행이 줄어들면 잠시 열렸다가 감염이 확산돼 금세 문을 닫는 상황이 반복됐다. 식사 중단을 우려한 복지관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레토르트 음식, 김 등 가공식품으로 대체식을 마련했으나 영양사의 조리 음식과는 차이가 컸다.
코로나 이전 복지관의 하루 이용자 수는 1600명쯤 됐다. 경로식당도 하루 500~600명 정도 이용했다. 지금 경로식당 이용객은 300명 정도다. 발길을 끊은 회원들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방씨는 "다 집에 있겠지. 몸 안 좋아진 사람도 있고. 근데 집에 있는 게 참 쉬는 것 같지 않다"며 "TV 틀어놔도 귀 아프고 눈도 나쁘고 정신도 사나워 오래 보지도 못한다. 그럼 매일 누워 있어야 하는데 음식도 신통치 않고, 낮부터 자서 밤에 깨면 다시 자기 어려워 뜬눈으로 새벽을 보낸다. 사는 게 참 유기적이지 않게 되더라"고 답했다.
"'줌'이라고 가르쳐준대서 한번 받아봤는데 아유, 금방 돌아서면 까먹고 손가락도 말을 안 듣고 시에서 준 컴퓨터가 옛날 거라서 더 안 되고, 못하겠더라고. 젊은 사람들은 이런 거 모르겠지요. 우리는 여기 못가고, 저거 못하고 하는 게 참 어려움이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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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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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몰라... 코로나는 '무기징역 독방살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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