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본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는 7일부터 전면 총파업 돌입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성호
'안전운임제'가 오는 12월 31일을 기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노동자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로 과로와 과적, 과속을 막기 위해 시행된 화물노동에 대한 최저임금제다.
이 제도는 2018년 국회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화주와 운수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결정하는 대신 화물기사와 운수사업자·화주·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인건비·감가상각, 유류비·부품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전운송원가와 안전운임을 결정하도록 설계됐다.
지난 5월 31일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본부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전차종 및 전품목 확대'를 주장하는 이봉주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절박한 목소리로 "낮은 운반비 때문에 장시간 노동으로 졸음운전을 하면서 '도로의 무법자'로 불리는 그런 일을 저희도 하고 싶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봉주 위원장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욕먹기 싫다"면서 "안전운임제만 전면 시행되면 도로 위에서 화물노동자들이 과속하거나 과적할 필요가 없다. 과로로 내몰리지도 않으니 졸음운전 할 일도 없다"라고 항변했다.
이 위원장이 이끄는 화물연대본부는 지난달 28일 서울 숭례문 앞에서 1만 5000여 명의 화물노동자가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오는 7일 0시를 기해 화물연대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도로 위 사고 줄일 확실한 방법... 그걸 어떻게 폐지할 수 있나"
▲ 파업 앞둔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도로 위 무법자 오명 벗고 싶다" ⓒ 유성호
- '42만 화물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다'는 이유로 노동운동에 매진한 시간이 짧지 않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이 됐다.
"운전만 따지면 근 40년은 한 거 같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바로 직전인 1996부터 화물을 몰았다. 처음에는 1톤 차부터 시작을 했다. 그리고 5톤 차, 11톤 차, 18톤 차로 올라갔다가 우리나라에 25톤 차가 도입되면서 25톤 차를 몰았다. 지금도 25톤 차를 몬다.
처음 화물차를 몰았을 때 화물노동자들이 일하러 가면 태반이 반말하고 손가락으로 일로 와라 절로 와라 하더라. 장거리 운행을 하다 휴게소에 들러 물건을 사고 잔돈을 받을 때면 손에다 올려놓는 게 더러운지 휙 던지기도 했다. 화물노동자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낮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화물연대라는 조직이 생겨났다. 보탬이 되자는 생각으로 가입했고 활동도 하게 된 거다. 실제 휴게소 투쟁을 통해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 냈다."
- 투쟁을 통해 화물노동자의 권리 확대를 이룬 건데, 다시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2000원대 경유값 때문인가?
"굉장히 힘들다. 대형차 기준으로, 경유값 인상분만 따졌을 때 한 달에 추가로 더 들어가는 비용이 한 280만 원 정도 된다. 평균 기름값만 따졌을 때 그런 거다. 바꿔 말하면 기존에 한 달에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 벌던 노동자가 자기가 번 만큼 기름값을 더 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운행을 아예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장거리는 특히 기름 소모가 더 큰데, 기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운반비는 그대로다. 화물노동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만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정부에서 기름값 잡는다고 유류세 30% 인하 등의 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이로 인해 기존 345원 54전을 받고 있던 유가보조금이 159원 삭감됐다. 화주나 운송업체는 이미 화물기사들이 유가보조금을 받는다고 그만큼의 운반비를 깎은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유가보조금도 삭감되고 운송료도 삭감된 거다. 기사들 사이에서 차라리 유가보조금 주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