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살다가 떠난 새끼 길고양이 봄이
지유석
작고 어린 생명이 요 며칠 가뿐 숨을 몰아 쉬었다. 그리고 끝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3일간 우리집에 머무르다 떠난 길고양이 '봄이' 이야기다.
요즘 아내는 길고양이 챙기는 데 말 그대로 온몸을 '갈아 넣는' 중이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철거촌 일대 길고양이들을 챙겨주는데, 난 우스갯소리로 아내를 '배방읍 길고양이 대모'라고 부른다. 그런데 하루는 거의 다 죽어가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집에 데려왔다. 그때가 5월 30일이다.
첫눈에 보기에도 너무 안쓰러웠다. 아내가 그러는데 병원에선 복막염이라고 했단다. 아내는 병원에 데려가 입원시켜보려 했지만, 주변에선 가망 없다며 마지막 가는 길을 잘 돌봐주라고 권했다. 그래서 이 아이를 우리집에 데려왔다. 이름도 지어줬다. 봄에 태어났다 해서 '봄이'라고.
봄이는 '야옹'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나나 했다. 이 기적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집 둘째 '애옹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애옹~" 소리에 반응한 '봄이'
지난 4월 초 아내는 돌보던 길고양이 한 녀석을 데리고 왔다. 봄이 처럼 거의 다 죽어가던 아이였다.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은 기색이 역력했고, 영역 싸움에서 밀렸는지 얼굴에 상처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구내염(고양이 입안, 혓바닥, 목구멍까지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고통스러워 했다.
아내는 그런 녀석이 가엾었는지 집에 데려왔다. 그리곤 며칠 데리고 있다가 다시 방사하겠다며 통사정했다. 그리곤 '애옹 애옹' 운다 해 이름을 애옹이라 지었다. 다른 고양이가 '야옹' 하고 운다면, 이 녀석은 '애옹~" 하고 운다. 아내는 고양이 이름에 관한 한 연금술사다.
난 애옹이를 그냥 길에 돌아가게 하고 싶진 않았다. 첫째 고양이 쿠키랑 지내면서 둘째 입양도 생각하고 있던 터라 그냥 애옹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시 봄이 이야기로 돌아가자. 봄이는 처음엔 낯설어 했다. 날 보더니 침대 밑으로 숨었다. 그런데 암컷인 애옹이가 부르니 쪼르르 달려온다. 애옹이는 봄이를 마치 엄마 고양이가 새끼들 핥아주는 것처럼 핥아줬다.
하루가 지나니 봄이는 애옹이를 엄마로 알았는지, 젖을 찾는다. 애옹이가 젖이 나오지 않는데도. 여기에 원기를 회복했는지 집안을 깡총깡총 뛰며 돌아다니는가 하면, 마루에 살짝 실례(?)를 해놓기도 했다.
이 모습 보니 봄이가 이내 건강을 회복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봄이를 꼭 끌어안으며 어서 회복돼 좋은 양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3일에 그친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