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주가 직접 관리하는 '퍼스널 임업' 시대를 꿈꾼다

등록 2022.06.13 14:43수정 2022.06.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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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나무는 살아있다. 그래서 나고, 성장하고, 쇠퇴하고, 죽는 생명의 주기를 숲도 우리처럼 걷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의 나이는 40~50대가 약 76%로써 사람으로 치면 장년기에 도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림면적은 전 국토의 62.6%를 차지하는 628만6000ha로서 OECD 국가 중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어 4위 수준이라고 한다.

사람도 경쟁이 치열하면 활력을 잃듯이 숲의 나무도 적정한 간격을 유지할 때 건강하다. 산림의 울창한 크기는 단위 면적당 임목축적으로 표현하는데 우리나라 산림의 ha당 임목축적은 2020년 현재 165.2㎥이다. 이는 5.66㎥/㏊였던 1953년과 비교했을 때 거의 30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산림의 면적이나 축적뿐 아니라 수목의 건강을 진단하는 지표도 중요한데 이를 '수관활력도'라고 한다. 가지와 잎의 피해가 적을수록 수관활력도가 높은 것으로 간주하는데 우리나라 산림의 수관활력도는 92%로 높은 수치라고 하니 다행이다. 숲을 방치하면 숲의 광조건이나 수분조건이 악화되어 점차 생기를 잃게 되고 급기야 숲 생태계는 무너진다는 것이 산림과학계에서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숲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산림작업, 즉 솎아베기나 가지치기, 벌채같은 작업들에 반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잘 가꿔진 숲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은 산림작업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현행 우리나라의 산림작업 방식이 이제는 다양하게 진화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시대의 산림작업은 '개인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실질적인 '친환경 벌채' 시대에 필요한 것들

현재 우리나라 산림작업(숲가꾸기, 벌채)은 두가지 정도 눈에 띄는 특성이 있다. 하나는 '노동집약성'이고 다른 하나는 '규모의 경제성'이다.  임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규모의 경제'는 일정 정도 이상의 생산, 혹은 대량 생산이 되었을때 고정비용은 그대로이거나 소폭 증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생산단위당 원가의 하락을 가져오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개념이다. 즉, 일정규모 이상이 되어야 돈벌이가 된다는 말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산림 벌채 방식과 탄소중립 계획을 두고 산림청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숲에서 땀 흘려 노동하고 그 돈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이는 매우 필요하고 바람직한 논쟁이었다고 생각한다. 현행 우리나라 벌채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측은 대규모 벌채 방식, 소위 '개벌'에 따른 산림생태계의 교란, 파괴, 재해 위험성 증가 등을 제기하면서 큰 나무를 자르고 그 자리에 어린 묘목을 심는 행위의 불합리함을 꼬집었다. 나무의 탄소흡수(탄소중립) 능력과 관련한 문제는 절대적으로 과학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내가 여기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우리나라 숲 관리, 산림작업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현행 우리나라 산림작업은 '기계톱-임도-집재장비'를 조합으로 하여 벌채와 집재, 운재가 이루어지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작업자가 기계톱으로 벌목하고 임도를 통해서 진입한 집재 장비가 원목을 한 지점으로 모으면 이것을 대형 차량으로 수요처(재재소, 제지공장 등)까지 운송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노동집약적이면서 규모의 경제 원칙에 입각해 돌아간다. 앞서 제기된 것과 같은 비판의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미래의 임업은 산주가 텃밭에서 오이나 고추 등을 직접 재배하듯, 내 산에서 내가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벌채해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규모로 산림작업 계획을 세우고 정교하게 숲가꾸기나 벌채 같은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개벌방식이 아닌 골라베기 식의 선택적 단목벌채 방식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수익이 창출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량의 임산물에서도 수익 나올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야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임업기계장비의 개발 및 보급이다. 기계톱을 대체할 개인용 벌목장비, 안전하고 조작이 쉬워 혼자서도 얼마든지 벌목 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가선집재기나 굴삭기, 임도나 운재로 개설 없이도 벌채한 나무를 도로까지 운반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지형에 맞는 개인용 집재장비도 필요하다.

둘째, 산에서 생산된 원목, 가지, 뿌리, 나뭇잎 등이 '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벌목해서 얻는 원목 등 산물을 각재, 펄프, 톱밥, 파티클, 정유, 열에너지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수요처 발굴이 절실하다. 특히 이러한 임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이 해당 지역에서 모두 이루어 질 때 운송비용 등 경비 절감이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므로 '지역형 생산-가공-유통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법과 제도의 정비다. 현행 법률상 숲가꾸기나 벌채사업은 산림사업법인이나 목재생산업자 등 법률상 자격을 취득한 자만이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이들 사업을 '산주'도 직접 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편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노동집약형 입업', '규모의 임업'만 가지고는 임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퍼스널 임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 할 때 실질적인 환경친화적 임업이 가능하고 전체 산림의 66%를 차지하는 개인 산주에게 산은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며 파생된 일자리가 다수 창출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꿈은 단지 꿈일 뿐이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 국토의 62.6%를 차지하는 숲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꿈을 꾸고 제시할 때 숲은 더 많이 더 깊이 우리와 생활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임업 #벌채 #임업기계화 #산림바이오매스 #친환경벌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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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아빠, 남편입니다. 숲, 에너지, 인공지능 등 환경, 신기술 등에 관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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