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가마터발굴조사 현장 모습(2016)
경기문화재연구원 제공
지난 2015년과 2016년, 경기도 파주 운정3지구에서 초기 백제의 토기 가마 유적이 무더기로 나왔다. 경기 지역에서 군집을 이룬 백제 가마 유적 발굴은 최초였기에 화제가 되며 주목을 받았다. 백제 가마 유적은 장명산에서 뻗어내린 산등성이를 따라 경사가 진 지면(파주시 다율동 산27-1번지)에 위치한다.
당시 경기도문화재연구원은 발굴조사를 진행했는데, 토기 가마 9기와 큰 항아리 조각, 타날문 토기 조각 등을 발굴했으며, 토기 가마의 구조를 비롯해 작업장과 폐기장 등 토기 제작의 전체 공정이 이루어진 토기 단지였음을 밝혔다.
군집을 이룬 백제 초기의 토기 생산 단지
발굴조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토기 가마가 9기나 발굴됐다. 7기(1호~7호)는 모여 있고 2기(8·9호)는 동쪽으로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마치 2기씩 짝을 이루듯 인접해 있는 모습이다. 가장 큰 가마는 길이가 무려 17미터에 이르는 대형 가마다. 10~17미터에 이르는 대형 가마와 함께 길이 5~8미터의 소형 가마도 함께 발굴되었다. 가마의 구조는 땅속으로 들어간 지하식과 반지하식으로 되어 있으며, 평면 형태는 타원형이다. 일부 가마의 경우 천장의 벽체 조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마의 구성은 요전부-연소실-소성실로 이루어져 있다. 요전부는 아궁이와 가마 작업장으로 연소실과 바로 연결된다. 연소실은 불을 때는 곳으로 바닥이 강하게 소결된 상태이며, 소성실로 연결되는 부분에 불턱을 조성했다. 소성실은 토기를 굽는 곳으로 경사도가 14~24도 정도이며 바닥과 벽은 엉기어 굳은 상태였다.
발굴조사 결과를 계속 살펴보자면, 1·2호 가마는 아랫부분에 폐기장이 있어 토기 가마와 폐기장이 세트를 이루는 특징이 있다. 뿐만 아니라 토기 가마군 남동쪽으로 토기 제작 성형에 이용한 물레 구멍과 점토 덩어리가 나와 토기 작업장이 함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작업장 주변에서 회백색 점토가 있는 구덩이가 여럿 나왔다. 즉, 토기의 재료인 태토를 보관하는 태토보관소가 확인되었다.
종합하면, 토기 가마 9기와 함께 토기 제작 작업장 2기, 태토보관소 3기, 폐기장 2기가 확인되었다. 즉 다율동 가마군 유적은 태토 보관소, 작업장, 가마, 폐기장을 모두 갖춘 토기 제작의 전 공정이 이루어진 토기 생산 단지였다. 가마 운영 시기는 3~4세기 초기 백제로 추정되어, 다율동 가마 유적은 백제 초기의 토기 생산 방식과 제작 기술, 가마 구조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역사 유산이다.
한편, 토기 생산 단지가 있었다는 것은 대형 주거지를 배경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다율동은 한강 물길을 따라 강화로 나갈 수도 있고 임진강 물길을 따라 파주 북부로 올라갈 수도 있다. 다율동 토기 생산 단지에서 만든 토기가 한강과 임진강 물길을 따라 운반되는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