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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가마 유적에 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가 있다?

역사유적 '파주 다율동 백제 가마터'를 대하는 씁쓸한 현실

등록 2022.06.09 17:05수정 2022.06.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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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가마터 발굴조사 현장 모습(2016)
백제 가마터발굴조사 현장 모습(2016)경기문화재연구원 제공

지난 2015년과 2016년, 경기도 파주 운정3지구에서 초기 백제의 토기 가마 유적이 무더기로 나왔다. 경기 지역에서 군집을 이룬 백제 가마 유적 발굴은 최초였기에 화제가 되며 주목을 받았다. 백제 가마 유적은 장명산에서 뻗어내린 산등성이를 따라 경사가 진 지면(파주시 다율동 산27-1번지)에 위치한다. 

당시 경기도문화재연구원은 발굴조사를 진행했는데, 토기 가마 9기와 큰 항아리 조각, 타날문 토기 조각 등을 발굴했으며, 토기 가마의 구조를 비롯해 작업장과 폐기장 등 토기 제작의 전체 공정이 이루어진 토기 단지였음을 밝혔다.


군집을 이룬 백제 초기의 토기 생산 단지

발굴조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토기 가마가 9기나 발굴됐다. 7기(1호~7호)는 모여 있고 2기(8·9호)는 동쪽으로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마치 2기씩 짝을 이루듯 인접해 있는 모습이다. 가장 큰 가마는 길이가 무려 17미터에 이르는 대형 가마다. 10~17미터에 이르는 대형 가마와 함께 길이 5~8미터의 소형 가마도 함께 발굴되었다. 가마의 구조는 땅속으로 들어간 지하식과 반지하식으로 되어 있으며, 평면 형태는 타원형이다. 일부 가마의 경우 천장의 벽체 조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마의 구성은 요전부-연소실-소성실로 이루어져 있다. 요전부는 아궁이와 가마 작업장으로 연소실과 바로 연결된다. 연소실은 불을 때는 곳으로 바닥이 강하게 소결된 상태이며, 소성실로 연결되는 부분에 불턱을 조성했다. 소성실은 토기를 굽는 곳으로 경사도가 14~24도 정도이며 바닥과 벽은 엉기어 굳은 상태였다. 

발굴조사 결과를 계속 살펴보자면, 1·2호 가마는 아랫부분에 폐기장이 있어 토기 가마와 폐기장이 세트를 이루는 특징이 있다. 뿐만 아니라 토기 가마군 남동쪽으로 토기 제작 성형에 이용한 물레 구멍과 점토 덩어리가 나와 토기 작업장이 함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작업장 주변에서 회백색 점토가 있는 구덩이가 여럿 나왔다. 즉, 토기의 재료인 태토를 보관하는 태토보관소가 확인되었다.

종합하면, 토기 가마 9기와 함께 토기 제작 작업장 2기, 태토보관소 3기, 폐기장 2기가 확인되었다. 즉 다율동 가마군 유적은 태토 보관소, 작업장, 가마, 폐기장을 모두 갖춘 토기 제작의 전 공정이 이루어진 토기 생산 단지였다. 가마 운영 시기는 3~4세기 초기 백제로 추정되어, 다율동 가마 유적은 백제 초기의 토기 생산 방식과 제작 기술, 가마 구조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역사 유산이다. 


한편, 토기 생산 단지가 있었다는 것은 대형 주거지를 배경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다율동은 한강 물길을 따라 강화로 나갈 수도 있고 임진강 물길을 따라 파주 북부로 올라갈 수도 있다. 다율동 토기 생산 단지에서 만든 토기가 한강과 임진강 물길을 따라 운반되는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겠다. 
 
백제 가마터 파주 다율동의 초기 백제 가마 발굴지
백제 가마터파주 다율동의 초기 백제 가마 발굴지서상일
 
큰 항아리 조각, 타날문토기 조각 발굴됐는데

발굴조사 이후 가마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부를 복토하고 위에 흙을 쌓아 놓은 상황이다. 즉 가마는 땅속에 원형 그대로 묻혀 있고, 지금은 터를 구분해 놓은 잔디밭만 볼 수 있다. LH 파주사업단은 운정3지구 도시 개발을 하며 이곳에 역사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백제 가마터 안내판을 비롯해 복원 시설, 체험 시설도 만들고 있다. 귀한 유적을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시민들이 느낄 수 있게 재현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복원 시설과 체험 시설이 있어 문제다. 경기도문화재연구원의 발굴조사에 따르면, 이곳 가마 유적에서 대옹(大甕, 큰 항아리) 조각, 타날문(打捺文, 두드려서 새긴 무늬) 토기 조각이 나왔다. 타날문토기는 제작 과정에서 면을 고르게 맞추고 기포를 제거하기 위해 막대기에 새끼줄이나 헝겊을 둘러 표면을 두드려 만든 것이다. 따라서 항아리 몸체에 새끼줄 무늬(승문) 등이 남게 된다.

또한 초기 백제 시기의 큰 항아리는 형태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즉 첨저형, 원통형, 난형이다. 첨저형 큰 항아리는 넓은 입구(구경부)와 역삼각형의 몸통(동체부)이 특징이다. 주로 한성 중앙 권역이 아닌 경기 서남부, 강원 영서 지역에서 출토되었다. 

원통형 큰 항아리는 입구가 완만하게 바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 출현해 한성 중앙 권역, 경기 남부, 영서 지역 등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그리고 난형 큰 항아리는 팽만한 어깨가 특징으로 갸름하게 둥글다. 초기 백제가 국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적 수요가 난형 큰 항아리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곳 백제 가마 복원 시설과 체험 시설에 어떤 토기가 있어야 할까? 백제 초기 큰 항아리, 백제 타날문토기가 있어야 마땅하지 않겠나. 그런데 LH는 역사 공원을 조성하면서 백제 가마터에 뜬금없이 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를 흉내 낸 모형을 버젓이 세워 놓았다.
 
빗살무늬토기가 왜 여기? 백제 가마 체험 시설에 뜬금없이 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모형이 있다.
빗살무늬토기가 왜 여기?백제 가마 체험 시설에 뜬금없이 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모형이 있다. 서상일
 
대체 무엇을 복원한 걸까? 백제 가마를 떠올리기 힘든 복원 시설이다.
대체 무엇을 복원한 걸까?백제 가마를 떠올리기 힘든 복원 시설이다. 서상일
 
잘못된 백제 가마 복원 시설과 체험 시설, 바로잡아야

빗살무늬토기 모형과 함께 있는 가마 모형도 문제다. 토기를 굽기 위해서는 경사가 있는 곳에 가마를 만든다. 그래야 연소실의 열이 소성실로 올라가서 토기를 구울 수 있다. 다율동의 백제 가마 역시 경사가 14~24도 정도다. 그런데 평지에 정체불명의 가마를 만들어 놓았다. 

이뿐 아니다. 복원 시설도 문제가 있다. 이곳에서 발굴된 가마는 땅속으로 들어간 지하식 또는 반지하식 구조로, 평면 형태는 타원형이다. 그런데 복원 시설은 단순한 평지에 토기 몇 점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다. 대체 뭘 복원한 걸까? 귀한 역사 유적에 대한 대접이 겨우 이래도 되는 걸까?

LH 파주사업단에 연락을 해보았다. 이장영 LH 파주사업단 감독차장은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올해 초에 이미 시민 모임인 파주시민네트워크에서 관련 문제 제기를 받은 사실이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관련해서 "진작에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서 진전시켰어야 했는데 현안 사업들에 밀려서 늦어진 점에 대해 시민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잘못된 시설에 대한 수정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수정할 계획이고, 비록 늦었지만 시민과 전문가와 협의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햇빛과 바람만이 머무는 텅 빈 가마터와 어설픈 복원·체험 시설에서 역사의 감흥을 느끼기는 어렵다. 오히려 귀한 역사 유적을 대하는 참담한 현실에 씁쓸한 마음이 들 뿐이다. 토기를 조형해서 가마에 넣고 불을 때면 열이 전해져서 토기가 완성되는 과정을 알 수 있게 조성해 놓으면 좋을 테다. 부디 지금이라도 잘못된 시설을 바로잡아서, 초기 백제의 문화를 눈앞에서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다율동 #백제 가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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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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