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지음, <동물에게 다정한 법>, (날, 2022)
날
내게 흑역사를 상기시켜준 <동물에게 다정한 법>은 동물의 권리를 법으로 지켜주고자 모인 '동변(동물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활동을 담은 책이다. 꽃마차를 끄는 퇴역마 문제, 산천어 축제, 동물판 N번방 사건, 동물 실험과 해부 실습, 돌고래 학대 건, 시골 개 문제, 애린원 사건 등 그동안 동변이 맡아온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한국의 동물보호법 체계의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하고 있다. '동변' 소속 10명의 변호사가 함께 집필해 책을 엮었다.
이 책에 담긴 사건들은 대체로 지난하고 힘들게 해결되었고,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책을 읽는 나조차 답답함에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나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동물을 위해 애쓰고 있는 변호사들의 마음이 궁금했다. 특히, 4년이나 계속된 애린원 관련 소송을 지치지 않고 이끌어 1000마리가 넘는 개들에게 새 삶을 찾아준 권유림 변호사를 만나보고 싶었다.
출판사를 통해 문의하자 권 변호사는 흔쾌히 응답해 주었다. 현재 동변 대표이기도 한 권 변호사는 '동물 해부 실습이 남긴 것'과 애린원 사건을 다룬 '애니멀 호더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두 편의 글을 책에 실었다. 지난 6월 28일 권 변호사를 줌(zoom)에서 만났다.
동물을 생각하는 변호사들이 모이다
- '동변'을 소개해주세요.
"동변은 2014년 동물의 권리에 관심이 있는 변호사들이 모여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동물권 관련 이슈를 논의하고 판례를 공부하는 모임이었는데 점차 동물단체들과 연결되면서 동물과 관련된 법을 자문하고, 동물 학대와 관련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권 변호사님은 어떻게 '동변'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제가 초등학교 때 분당으로 이사를 왔는데 분당이 막 신도시로 개발되고 있었거든요. 여기저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공사가 한창이었어요. 당시 개발 전 토지 위 비닐하우스에서 바둑이를 키우는 분이 있었는데 그 강아지들과 노는 게 너무 좋았아요. 제가 하도 예뻐하니까 바둑이가 낳은 새끼를 한 마리 주셨고 그렇게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시작됐습니다. 그 후로 늘 반려동물과 함께했어요. 지금도 고양이 2마리, 강아지 1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고시생 시절에도 길고양이들을 임시보호하고 입양보내곤 했어요. 덕분에 고시합격이 좀 늦어지긴 했죠(웃음).
변호사가 된 후엔 전문지식을 활용해 동물을 위한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제가 알고 있던 동물권 단체는 카라밖에 없었는데 무작정 카라에 전화해 제가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데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동변'을 소개시켜주더라구요. 현재는 11명의 변호사가 있는데 중간에 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기도 하고 그래요. 대표는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제가 쭉 맡고 있어요. 현재 멤버 중엔 가장 오래된 멤버이기도 하구요."
- 그렇담, 순수한 봉사로 이 일들을 하고 계신 건가요?
"네. 이걸 일로 하면 굶어 죽어요(웃음). 일로 하는 건 사람을 변호하는 일이구요, 동변 활동은 비용을 받지 않고 합니다."
- 변호사 하면 워낙 바쁜 직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동물을 위한 일에 따로 시간을 내시나요?
"혼자가 아니라 여러 변호사들이 사건을 나누어서 맡고 서로 도우면서 하고 있어요. 다들 낮에는 주업무를 하기 때문에 대체로 밤 늦게 관련된 회의를 하고 글도 쓰고 그래요. 무언가 마감한다 하면 마감날 새벽 3~4시에 막 원고들이 들어와요. 하지만,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느껴지고 있으니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쉬는 날엔 보호소 동물들을 만나러 가곤 하는데 동물들을 만나고 나면 마음이 채워지는 게 그게 오히려 제겐 휴식이고 힐링인 거 같아요."
동물을 살리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