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성창업 정책 대전환' 정책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FM코리아' 내 여론 →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의 지적 → 여성가족부의 정책 번복
여성가족부의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이 중단 된 경과다. 여가부는 지난 5일 국민의힘에서 문제를 제기한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성평등 문화 확산 프로젝트에 '남성혐오 낙인' 찍은 FM코리아
'버터나이프 크루'의 본래 명칭은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이다. 여가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당 이름은 갓 구운 빵에 고소함을 더해주는 버터와 버터를 펴 바르는 도구인 나이프를 조합해 지은 이름으로,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높여나겠다는 추진단의 의지를 담고 있다.
여가부는 같은 보도자료에서 "추진단은 이날 출범식을 시작으로 성평등, 젠더갈등 완화,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마음돌봄 등 4개 분야에서 청년들이 발굴한 의제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 및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에 올해 책정 예산은 4억5000만 원 규모로 알려졌다.
4기에 선정된 총 17개 팀과 이들의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청년 세대의 고립과 우울문제 해결을 위한 글쓰기와 치유 워크숍 진행(돌봄수선소)', '스타트업 내 성폭력, 성희롱 당사자 인터뷰와 재발 방지를 위한 자문 내용을 토대로 가이드 제작 및 발표회 진행(스여일삶)' '성평등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모여 입문강좌, 공론장, 남성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모임 진행(페미피플)' 등이 포함됐다. 여가부가 처음 밝힌 사업 취지에 대체로 걸맞은 내용들이었다.
보도자료가 배포된 건 지난 6월 29일(30일 엠바고)이었다. 당시만 해도 정치권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펨코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해당 커뮤니티 유저 다수는 '여가부가 이전 정부에서부터 추진하던 사업을 이어서 진행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실천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들은 또한 선정된 지원 대상들도 문제 삼았다. 지원 대상의 이름에 '페미'가 많이 붙었다는 이유로, 사실상 '페미니즘' 단체를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페미위키' 등 일부 지원 대상을 향해서는 '남성혐오' 집단이라고 낙인찍기까지 했다. 성노동 관련 항목 탭이 이같은 판단의 근거였다. 스폰 사기 등이 성범죄에 악용되는 데 대한 내용이 성구매자인 남성을 혐오하는 내용이라는 요지이다.
'FM코리아' 여론 수용한 집권여당 대변인들
이런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 건 다름 아닌 집권여당 대변인들이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이슈와 관련하여 빠르게 피드백이 반영될 수 있는 연락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당의 대변인이기에 선대위 청년보좌역 때 만큼 발빠른 대응은 약속드리기 어렵지만, 공약 이행에 흔들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진 포스팅에서도 "전 정부 때부터 확정되어 예산이 편성된 사업으로 부득이 추진되었으며, 내년부터 폐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4기 활동 역시 대내적 활동에 국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대외적으로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유 불문, 공약 기조와 어긋나는 결정이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피드백이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박민영 대변인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에 대해 처음 인지한 경로에 대해 "여러 분들로부터 제보도 받았고, 온라인 커뮤니티도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비판하시는 분들의 불만 자체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라며 "여가부를 폐지하기로 공약했는데, 이처럼 전 정부에서 실현하던 사업을 관성적으로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으로 저격한 집권여당 원내대표
문제가 커진 건 권성동 원내대표가 입장을 밝히면서부터였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4일 해당 사업에 대해 "여러분으로부터 우려를 전달받았다"라며 "이에 저는 여가부 장관과 통화하여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새 정부의 여가부 폐지 기조와 전혀 상관없는, 오히려 과거에 지탄받았던 사업 방식을 관성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인사처럼 알박기 정책도 잘못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여가부가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더 보여주었다"라며 "남녀갈등을 완화하겠다면서 증폭시키고, 특정 이념에 편향적으로 세금을 지원하며, 과거 지탄받았던 구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여가부의 '전면 재검토' 결론은 이러한 권 원내대표의 SNS 글 게시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 모든 과정을 보면 국민의힘은 사실상 '펨코정당'이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굴복한 여가부 역시 여성계의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