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에 항의하는 유치원 원장들 2018년 10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박 의원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남소연
대선이든 지선이든 전당대회든 정치인의 매력을 뽐내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수다. 그런데 이 차별화는 리스크를 짊어져야 정당성을 얻는다. 하지만 리스크를 짊어지려고 하는 97세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경선 때부터 경쟁에 뛰어든 박용진 의원을 예를 들어 살펴보자. 박용진 의원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중도확장성'이다. 그러나 중도확장성을 설파하는 현재보다 그가 더 주목을 받았던 때는 '유치원3법' '현대차리콜' '삼성저격수' 등으로 이름을 알리던 때였다. 한유총과의 쉽지 않은 한판, 재벌시스템을 향한 두려움 없는 도전이란 리스크를 감수할 때 국민은 그를 눈여겨 봤다.
"진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를 관통하는 불평등, 빈곤, 사회경제적 불안, 복지 사각지대, 재정 건전성 같은 관료적 미신과의 전면전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을 위한 이런 중요한 싸움은 정작 늘 뒷전으로 밀려나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중략) 보통사람의 삶을 중심에 두지 않는 정치인들이 86세대를 비판하는 게 그저 기성 권력을 상대로 한 무기력한 도발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박가분 작가가 <중앙일보>에 실은 글이다. 이 글은 표면적으로는 박용진 의원을 비판하지만, 다른 97세대 주자들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특히 "'협치'나 '의회민주주의'라는 말로 개혁의 교착상태를 미화하기 바쁜 것은 아닌지요"라는 지적 말이다.
97세대가 해야 할 일 - 리스너 프로젝트
97세대 주자가 민주당 내 청년정치인들을 잘 챙긴다고 해서 이 시대의 청년을, 당 바깥의 유권자들을 대표할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대표하려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그랑드마르슈'라는 국민설문조사 캠페인을 벤치마킹한 '리스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수렴했으나, 대선 패배 이후 이 결과물들은 조용히 사라졌다. 이것부터 제대로 분석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프랑스에서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마크롱의 전략을 민주당의 97세대가 배웠으면 한다. 5000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아 10만 명의 전국 유권자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중 2만5000명에겐 심층 면담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 캠페인을 기업이 한다고 가정하면 일종의 표적집단면접조사(FGI, Focused Group Interview)에 해당하는데, 이는 소비자의 선호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제대로 된 상품을 설계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그랑드마르슈'는 결국 정확한 타겟팅과 정치캠페인 설계로 이어져 마크롱 승리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97세대가 해야 할 일 - 가치동맹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2일(현지시각) 수도 파리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크롱에게 배워야 할 점은 '중도를 기계적 균형으로 오판하지 않았다'는 것도 있다. 천영준 칼럼니스트는 <시사저널>에 실은 글에서 "프랑스의 고질적인 사회주의 정책병을 사회당 정부 장관이었던 마크롱이 뛰쳐나와 극복한다는 드라마가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면서 "공자가 말한 대로 어정쩡한 중립이 아닌 민심을 파고드는 전략, 도리(道)에 적중(中)하는 방식의 중도 노선이 키(key)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제3노선을 고민하는 정치인들은 마크롱의 형식이 아니라 정신을 연구하고, 진영정치에 또 다른 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고민해야만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을 만하다. 중도정당이라는 형식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는 8월 28일 뽑히는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 행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때문에 전당대회 국면에서 '중도확장'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원싸움'이라는 기술에 집중해 진짜 민심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당대표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바란다. 민주당이 처한 지금의 위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불평등·양극화·격차라는 시대 상황을 제대로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치동맹'을 만들길 말이다. 그래야 민주당이 잃어버린 기반인 '분열된 청년세대'가 개혁의 진정한 지지세력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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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미래, 과연 '97세대'에 맡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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