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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생물보호구역에 중장비 투입 한전... 주민 '경악'

당진 삽교호 소들섬에 포클레인 등 진입... 행정소송 앞두고 공사 준비 들어가

등록 2022.07.11 10:12수정 2022.07.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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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전이 소들섬에 중장비를 투입한 것이 우강면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 이봉기

 
한국전력(아래 한전)이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충남 당진 삽교호 소들섬에 철탑공사를 준비해 지역 주민들이 반발했다.

소들섬 인근에 사는 충남 당진시 우강면 주민들은 지난 7일 소들섬에 포클레인과 같은 중장비가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민 A씨는 "바지선을 통해 소듬섬 반대편인 아산에서 중장비를 진입시킨 걸 확인했다"라며 "한전이 야생생물 보호구역 지정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다. 기어코 야생생물 보호구역을 훼손한다는 건지 따져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삽교호 소들섬 인근 우강면 일대의 송전 철탑 건설 문제는 주민들과 한국 전력이 수년째 갈등하는 사안이다. 앞서 소들섬이 지난 1월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주민들은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소들섬 인근 구간만이라도 송전 철탑을 지중화하거나 수중 케이블 통과 등으로 우회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한전 측은 지중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송전탑 노선 변경은 주민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송전탑 갈등 당진 삽교호, 저어새 20여 마리 발견 영상 http://omn.kr/1z1bq )

이후 지난 5월~6월 삽교호 주변에서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무리가 잇따라 발견돼 생태적 가치도 재조명돼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이봉기 우강철탑반대대책위원장은 "소들섬은 야생동물 서식지의 핵심 공간이다. 습지가 형성돼 있어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 저어새 등이 안전하게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며 "소들섬에 들어설 철탑은 새들의 충돌사고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당진시는 지난 3월 30일 한국전력(아래 한전) 측에 "소들섬 야생생물에 대한 보호대책이 미비하다"며 소들섬 인근의 철탑공사를 중지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한전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5월 16일 2심 판결을 통해 당진시의 손을 들어 줬다. 당시 한전 측은 "전력 수급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한전이 당진시에 제기한 행정소송의 본안 소송은 오는 8월 10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한전이 본안 소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철새도래지인 소들섬에 철탑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봉기 위원장은 "고등법원에서 한전에 공사중지라고 판결했는데도 여전히 철탑공사를 강행한다"면서 "한전이 서둘러 철탑공사를 완성해 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전 측 관계자는 "소들섬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라며 "개발행위 허가가 난 정상적인 공사"라고 답했다. 이어 "야생생물 보호구역 지정과 철탑공사는 별개 사항이다. 현재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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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소들섬 인근 논에서도 철탑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이재환

 
#소들섬 야생생물 보호구역 #소들섬 #송전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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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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