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하트고무나무
이나영
코로나로 격리를 하는 동안, 인터넷의 시대답게 살아가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었고, 나는 노트북으로 대부분의 업무들을 다 처리했다.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고, 잠이 안 오는 밤이면 책을 읽고 드라마와 영화들을 보았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햇빛을 못 받은 스윗하트고무나무처럼 시들시들해지는 기분이었다. 거리를 걷고, 사람들을 만나 어깨를 부딪쳐가며 깔깔 웃고 싶었다.
스윗하트고무나무에게 필요한 것이 '적당한 햇빛' 그 하나인 것처럼, 사람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아주 기본적이고 소소한 것들이다. 거리를 걷고,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것들을 바라보며 감탄할 수 있는 마음 같은 것들이다.
'그 별것 아니지만 소중한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뜨거운 여름날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일 것이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주는 위로의 말이겠지. 이른아침 이제 문이 막 열린 카페의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호젓하게 앉아서 마시는 카페라테 한잔, 저녁 산책길에 만난 손톱달 같은 것들. 그런 별것 아닌 일들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마음이 우리를 단단하고 빛나게 만들어준다.
지난 세 번의 봄을 거치는 동안 온 세상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뒤덮였고, 서로를 멀리했고, 소독제로 모든 곳을 닦아야 했다. 내 삶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이렇게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사람은 결국 순응하고 적응하게 되는 걸까? 막막하고 암울한 시간을 참 오래도 견뎠다. 햇빛을 못받은 나무처럼.
그렇게 긴 시간을 견디고 나서 세상은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거리를 걷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는 일상이 조금씩 다시 시작되어서 온 세상이 조금 설레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다시 코로나 재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 몇 년처럼 두렵고 갑갑해하지만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우리가 경험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소중한 가치들을 더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을 테니까.
나의 햇살이 무엇인지 잊지 말고 살아가자고, 다시 마음을 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