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 에어컨 상단에 '21도'로 표시돼 있다(빨간색 원).
연합뉴스
바늘 쌈지는 도처에 보인다. 최근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회의장 냉방기 온도가 21℃를 가리키는 보도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은 양복과 넥타이 차림이었다. 장, 차관급 참석자들도 비슷했다.
법규는 아니지만 정부가 고시한 공공기관 냉방 온도 28℃ 기준에 맞추고 대통령 스스로 전기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모두 상의 벗고 넥타이 풀자고 나섰어야 마땅하다. 에너지와 자원 과소비로 기후위기가 닥쳤다. 정부와 정치 지도자가 자연과 환경을 망가뜨리며 대책없이 온실가스 내뿜는 대규모 개발 정책에 앞장서는 것은 미래세대가 살아갈 기반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짓밟는 짓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대방역에서 여의도 동쪽과 서쪽으로 가는 두 노선의 시내버스가 있었다. 아침 출근시간대에 승객들은 흩어져 기다리다가 버스가 오면 달려가 서로 먼저 타겠다고 다투며 북새통을 벌였다. 여성들은 떼밀려 구두가 벗겨지거나 넘어지기도 했다.
한 시민이 나섰다. '동쪽 노선은 이쪽, 서쪽 노선은 저쪽, 줄 섭시다, 앞에 서신 분, 기준 하세요, 기준!' 버스 회사에 노선 표지판을 세워달라고 요청하고 사흘 줄서기 캠페인 끝에 질서가 잡혔다. 전철역에서 나와 줄을 서면 다투지 않아도 수월하게 버스를 탈 수 있게 됐다. 1995년 10월 중순의 일이다.
법과 제도는 질서를 세워 시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틀이다. 기초 생활 환경부터 기후 대응까지 법규 지키는 시민이 이익과 보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와 미래 세대의 것을 가로채려는 자에겐 염치를 알게 해야 한다. 대통령, 그리고 경기 고양시장 등 지자체장의 책무다.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