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카셀대 소녀상 제막식에서 헌화하는 한정화 대표(왼쪽)와 총학생회 회장 토비아스(오른쪽)의 모습.
저작권Uli Kretschmer_제공자 코리아협의회
그러나 제막식이 열린 후 불과 3일 뒤, 프랑크푸르트 일본 총영사가 카셀대 측과 만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일본 영사는 대학 총장과의 면담을 갖고 캠퍼스 내 설립된 소녀상에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소식을 전해준 카셀대 총학생회장 토비아스에 따르면, 일본 영사와 카셀대 총장, 부총장은 소녀상 문제로 긴 시간 면담을 했고, 여기서 일본 영사는 "소녀상 설치는 반일 감정을 조장, 카셀 지역의 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단다.
하지만 소녀상이 설립된 신축공원 부지는 총학생회 측이 관리하는 공공 부지로, 소녀상 설립을 주도한 총학생회 측은 사전에 소녀상 설립에 대한 대학 측 허가를 이미 받아 놓은 상황이었다. 대학 행정과 학생회 자치로 성사된 소녀상 건립이었음에도, 일본 영사는 여기에 또다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다. 다행히도 대학 총장은 일본 영사의 우려를 총학생회장에 메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집요한 일본의 압박
앞서 일본 측의 항의성 문의 전화를 받았던 드레스덴 박물관은, 소녀상 전시와 관련해 이미 일본 측의 거센 압박을 받은 경험이 있다. 지난해인 2021년 소녀상 전시는 당시 독일 공공박물관에 설치된 첫 사례이자 유럽 내 공공박물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첫 사례이기도 했다.
당시 4월 15일로 예정돼 있던 제막식과 기자회견 하루 전부터, 주독일 일본대사관 문화담당 공사의 '소녀상 철거 요청 서한'을 시작으로 지독한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매일 수백 통씩 소녀상 철거 요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이 쏟아졌고 사무실 전화통에도 불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소녀상은 원래 이 기획전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1년간 박물관 정원에 계속 전시하기로 계약을 맺었지만, 그러나 이같은 항의로 인해 기획전이 끝나자마자 소녀상은 결국 박물관 창고로 옮겨지고 말았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16년 9월 경기 수원시와 국제자매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가 공동으로 프라이부르크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했을 때에도 일본 정부는 집요한 방해 공작을 펼쳤다.
당시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소녀상 건립 실무를 맡고 있던 김영균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주독일대사와 프랑크푸르트 총영사 등을 통해 외교적 관례를 벗어나는 언동과 협박을 하였으며, 프라이부르크의 자매도시인 일본 마쓰야마시를 통해 '평화비가 세워질 경우 27년 동안 지속해 왔던 교류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을 가해왔다"고 알렸다(관련 기사:
일본 압력으로 무산된 '독일 소녀상', 시민이 세운다).
당시 2016년 11월 독일로 운송되어 왔다가 다음해인 2017년 3월 8일, 레겐스부르크 부근의 대규모 사유 공원에 세워져 마침내 빛을 볼 때까지, 그 소녀상은 약 4개월 간 창고 신세를 져야 했다. 사유 공원에 세워진 뒤에도 계속된 일본 측 압박으로 인해 소녀상 의미를 설명한 비문은 결국 철거되고 말았다.
비문 철거의 배경 또한 당황스럽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는 2019년 8월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 배경을 알렸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다만 이는 김 작가의 주장으로, 기사엔 한국 대사관 측의 반론은 실려 있지 않다).
"독일 뮌헨의 일본 총영사가 공원 소유자를 4차례나 직접 방문해 '제발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공원 소유자가 이를 거절하자, '그럼 비문 문구만이라도 치워 달라'고 했다. 그래서 공원 소유자가 한국 대사관에 '(이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는데 한국 대사관측이 '상관없다'고 대답했고, 결국 평화의 소녀상 의미를 설명한 비석이 철거됐다. 한국 대사관은 한국인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