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6월 17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 상암 디지털매직스페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주요 언론단체장들과의 토론회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배재만
<오마이뉴스>가 인천국제공항 기자실에서 쫓겨나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던 게 2001년 3월이다. 법원은 기자의 출입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당시만 해도 "어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 신문사가 감히" 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에 등록된 언론사는 6031종이고, 언론산업 종사자는 5만 9077명에 이른다. 언론사를 등급을 나눠 출입 여부를 가를 원칙이나 명분도 없다.
그런데도 취재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자실의 '이너서클(inner circle)'이 존재한다. 검찰과 법원이 위치한 '서울 서초동'에서는 출입기자가 아니면 판결문을 받아볼 수 없고, 부장검사의 '티타임(비공개 브리핑)'에도 들어갈 수 없다. 서울시청 기자실은 아직도 출입기자들이 투표를 통해 언론사별 기자단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투표일에는 가입을 희망하는 기자들이 프레젠테이션까지 한다고 한다.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곳은 경찰청이다. 출입기자가 아니면 애초 주요 사건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청와대와 국회는 상대적으로 문턱이 많이 낮아졌지만, 정부 부처가 이런 식으로 기자실을 운영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기자들이 기자실로 출퇴근하면서 온종일 앉아서 기사 쓰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1920년대 일본의 기자클럽의 영향을 받아 만든 기자실 시스템이 군사 재 시절 언론통제 수단으로 활용되다가 2000년 이후 주류언론의 특권을 방어하는 기득권 카르텔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자실에서는 기자들끼리 특정 사안에 엠바고를 걸거나 임의로 엠바고를 깨면 출입정지 조치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사소하게는 월요일자 기사가 부족하니 남겨뒀다 일요일에 쓰자고 엠바고를 거는 일도 있다. 취재원들이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하는 사안에 한 언론사가 이를 어기면 다른 기자들이 이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무분별한 속보 경쟁을 자제한다는 취지지만, 이런 담합이 결국은 비슷비슷한 기사가 넘쳐나는 구조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많다.
이해하기 어려운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익숙한 관성이 퇴행의 원인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 출입기자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하자 출입증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 허가는 피고(법원)의 업무여서 출입기자단의 판단에 이를 맡길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출입기자단의 기자들이 다른 언론사 기자의 기자실 출입 여부를 결정하고 취재접근 범위를 제한할 권한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피고가 실질적인 거부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신청에 대해 그 절차를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라면서 법원의 손을 들어줬다. 출입기자단에 문의하라고 안내했을 뿐, 출입기자단이 <미디어오늘> 기자의 기자단 가입을 거부한 것과 법원이 기자실 출입을 허용하지 않은 건 별개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였다. <미디어오늘>은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자실 문제의 해법은 명확하다. 기자들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 정보란 건 없다. 공개 가능한 정보는 모두 동시에 공개돼야 하고, 기자실에 앉아 있는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자료는 동시에 온라인에 업로드돼야 한다.
판결문 역시 개인정보 등을 삭제하고 공개 범위를 넓혀야 한다. 정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게 기자들의 특혜가 돼서는 안 된다. 20년 전 노무현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익숙한 관성이 퇴행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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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노무현이 옳았다, 기자들에만 공개가능한 정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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