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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자' 대선 공약 내놓더니, 국민투표 설명도 한 줄

[주장] 논란의 국민제안, 국민투표라고 부르기엔 허술한 제도... 1인 다표도 가능

등록 2022.07.27 10:08수정 2022.07.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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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제안 TOP10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sns에 올렸던 '병사 봉급 월 200만원', '여성가족부 폐지' 등 한 줄 공약은 숱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관련해 아무런 배경 설명도 없이 공약만 한 줄 올려놨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한 줄 공약은 아직도 이행되지 않았거나 후퇴된 상황이다. 여전히 논란인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그렇고, 취임 즉시 월 200만 원을 약속했던 병사 월급은 임기 말까지로 늦춰졌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한 줄 국민투표가 등장했다. 바로 국민제안이다. 지난달 23일에 개설된 국민제안은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만든 대국민 소통 창구다. 국민들이 제안한 각종 민원·제안·청원을 민간·공직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검토해 총10건의 우수제안으로 추렸고, 온라인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이 득표한 3건은 대통령실이 국정 운영에 반영되게 할 예정이다.

현재 10건의 우수제안에는 ▲월 9900원 K-교통패스(가칭) 도입 ▲전세계약 시 임대인 세금완납 증명 첨부 의무화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 ▲소액 건강보험료 체납 압류 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외국인 가사도우미 취업비자 허용 ▲콘택트렌즈 온라인구매 허용 ▲백내장 수술보험금 지급기준 표준화 ▲최저임금 차등적용 ▲반려견 물림사고 견주 처벌 강화 및 안락사 등이 올라와 있어 투표가 진행 중이다.

국민투표도 한 줄 설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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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의 탑10 국민제안 중 '9,900원 K-교통패스(가칭) 도입' 관련 설명페이지 ⓒ 국민제안 사이트

 
10건의 제안 가운데 가장 많이 득표한 3건은 대통령실에서 국정 운영에 반영시킬 예정이라지만, 어느 하나 충분한 설명이 없다. 예를 들어 '9900원 K-교통패스(가칭) 도입'은 득표율 3위에 올라있지만 '1달간 한시적으로 버스·지하철을 무제한으로 이용가능한 9900원 대중교통 이용권 시범운영'이라는 한 줄이 전부다. 심지어 이마저도 없었다가 지난 25일에서야 생긴 것으로 안다.

현재 투표로만 보면 '9900원 K-교통패스 도입'은 국정 운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화하는데 필요한 예산이나 대상 기간 등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불어나는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9900원 교통패스가 도입되면 정부가 그 적자를 다 메꿀 것인지, 대상을 청소년 또는 노인으로 한정할 것인지, 몇 개월간 진행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다.

일례로 필자는 한 달 교통비로 10만 원가량을 쓰는데, 이 안에 따르면 정부가 9만 원 정도를 지원하게 되는 셈이다. 국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전 국민의 교통비를 다 지원하면 그 예산은 최소 수천억에서 조 단위에 달할 것이다. 과연 현실성이 있는 제안인지, SNS 한 줄 공약처럼 후퇴되는 건 아닐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1인 N표 가능한 국민투표, 괜찮나


투표 시스템도 문제다. '찬성', '반대'가 아니라 '좋아요'만 누르게 되어있다. 국민투표라고 하지만 정교한 시스템보다는, 일반 개인 SNS에서 누르는 '좋아요'처럼 되어있다. 또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청원을 폐지한 이유로 "1인당 아이디를 7~8개까지 만들어 특정 지지층에 편향되게 흐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현재 국민투표 또한 1인이 무궁무진하게 투표할 수 있다.

별다른 로그인 없이도 투표가 가능해 1명이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등등에서 여러 번 투표할 수 있다. 또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도 국민제안 홈페이지만 알면 투표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외국인이 투표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이들이 말하는 '국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을까? 과연 이를 국민투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스위스는 1년에 4번 국민투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투표 주제들도 심오하다.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스위스에서 올린 매출의 4%를 스위스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도록 하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켰다. 물론 정부는 각 제안의 내용들도 국민들에게 꼼꼼하게 설명한다. 국민투표 기간이 다가오면 스위스 거리 곳곳에 국민투표안에 관한 홍보 포스터가 게시되고, 유권자들에게는 안내문이 배달된다.

이에 비해 윤석열 정부가 실시하는 국민제안은 몇 회나 할 것인지, 1회성인지 주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인지 알 수 없을뿐더러 투표 시스템도 허술하다. 충분한 설명도 없고, 찬반을 묻지도 않고, 1인 다표가 가능한 투표를 과연 제대로 된 '국민투표'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보단 대선 때의 'SNS 한 줄 공약'이 국민투표라는 이름을 달고 부활한 건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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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당 서울시당 이성윤 대표 ⓒ 이성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청년정치와 미래산업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국민제안 #윤석열 #국민투표 #미래당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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