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이 낚시바늘이 왜 나의 눈에는 잘 보이는 것일까. 버려진 낚시바늘과 줄로 인해 많은 야생동물이 다칠 수 있다.
전채은
낚시도구로 인해 야생동물이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최근에는 주말마다 낚싯줄과 바늘을 주으러 다니고 있다. 이제 나는 동물복지의 가장 사각지대까지 왔다. 그곳은 도축장이다.
그랜딘 박사가 가장 활발하게 연구한 것은 도축의 방식이다. 그녀 스스로 자신에게 자문해보았다고 한다. 소는 내가 너무 사랑하는 동물인데, 동물을 도축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 맞을까? 답은 소는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든 동물인 만큼 우리 인간이 그들의 고통을 줄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고기를 먹기 싫다면 그것은 나의 선택이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은 실제로 고기를 먹고 있다. 그들에게 동물이 인간과 같이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기를 그만 먹자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나의 경험상 그것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뇌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누군들 동물을 학대하고 싶을까. 단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 몰랐고, 해고라도 당할까 두려웠고,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나의 의무는 그들을 돕는 것이다. 동물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으로는 도축장에서 전기봉으로 동물을 자극하여 모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처벌 규정도 없고, 전기봉으로 몰지 않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현장에 부재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왜 돼지가 꽥꽥거리면서 우왕좌왕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니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없다. 돼지의 꽥꽥거리는 소리는 대표적인 공포반응이다. 두려움을 느끼는 돼지가 움직이려 하지 않으니 직원은 빠른 작업 속도 때문에 돼지를 때릴 수밖에 없고, 그 돼지를 보는 옆 동료는 다시 공포스러워 한다.
동물의 행동은 이미 검증되었다

▲ 소의 발굽을 관리하지 않은 채로 도축장으로 오게 된 경우 미끄러운 바닥에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 오랜 기간 살만 찌우는 방식으로 사육했기 때문이다.
제보자 제공
도축장에 도착한 소의 엉덩이에 왜 물똥을 잔뜩 싼 흔적이 있을까. 왜 그 소는 도축장에서 쓰러졌을까. 물똥을 싸는 것은 극도의 흥분과 공포반응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소를 방목해서 키우지 않기 때문에 운동량이 부족하여 비만 상태이기도 하지만 발굽을 정기적으로 트리밍(trimming)하지 않으면 발굽이 자라면서 깨지고 박테리아 감염으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런 소들은 농장에서 쓰러질 수도 있고, 도축장에 와서 쓰러질 수도 있다. 미국과 EU 모두에서 쓰러진 소를 의식이 살아있는 채로 끄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나 우리는 아직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그랜딘 박사가 가장 우려스러워하는 부분이다. 나쁜 행동을 그대로 방치하면 관행이 되고 습관이 된다.
수의학과 학생으로 도축장에 현장 견학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도축장 직원들이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물복지는 동물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나는 그들이 돼지를 때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 도축장 고양이
전채은
전 세계는 "먹는 동물인데 뭐 어때"는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먹는 동물이라고 해서 마구 학대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은 수십 년간 과학적 연구를 통해 도축장의 복지를 위한 제도를 정비해왔다.
사회적 약자는 말이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것은 지식과 용기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회전문 앞에 서성이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고, 그의 손을 잡고 함께 회전문 안으로 들어가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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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를 졸업한 수의학 박사이며, 동물을 위한 행동 Action for Animals(http://www.actionforanimals.or.kr)을 설립하였습니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감금된 동물(captive animals)의 복지를 위한 국내 최초의 전문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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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우영우'에서 소 도축장까지 가는 길은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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