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권우성
- 책 나오고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대구에서 온 임은정 작가'라고 소개했다.
"작가, 조금 이상한 게 사실인데 한편으론 설레면서도 무서운 말이다. 그런데 일단은 책 <계속 가겠습니다>를 세상에 알리려고 썼으니까, 인터뷰에서는 스피커로 나간 거니까, 검사로 소개하는 것보다 작가라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작가라고 말하니 되게 웃기더라. 말할 때마다 어색해서 혼자 웃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뿌듯한 것도 있어서 솔직히 좋다."
- 그럴 것 같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 들인 거니.
"언젠가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내부망(이프로스)에 글 쓰는 것만으로도 미친 사람이 됐고 헛소리 한 사람이 됐기에 밖에서 사람들한테 물어보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서다. 솔직히 게시판(이프로스)에 글을 쓰다 보면 정치 검사들에 맞서서 다른 검사들도 어느 정도 합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안 나오더라.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 구원병을 불러오자는 생각에 '전보(새책)'를 친 거다. 내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지키고 있을 테니 어서 도와달라고."
- 판매지수만 보면 시민들이 '전보'에 크게 응답한 분위기다.
"워낙 책에 실명이 많이 들어간 탓에 검찰 내부에서 크게 반발이 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위에서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는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검사게시판인 '이프로스'도 눈에 보이는 반응은 아직 없는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뜨겁게 반응해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반응이 뜨겁지 않으면 (구원군이 전보에 응답하지 않는 것이니) 내가 죽는다고 생각했다. 검사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페이스북에 글을 쓴다고 징계하지 않을까 매일 걱정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낸 책이니, 정말로 모든 걸 걸고, '검찰실록'을 쓴다는 마음으로 썼다. 기소하려면 기소해라. 법정에서 무죄받으면 된다는 생각까지 했다."
"성폭력 위협당한 후 변호사 개업하라는 말... 빡 치더라"
- 책에서 '헤이그특사'로 알려진 이준 열사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대한민국 검찰 역시 항명 검사 이준을 매우 존경하고 있지 않나.
"대한민국 검찰은 실제 어떤 사람들이 역사에서 존경받고 국민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안다. '헤이그특사' 이준 열사의 경우, 항명했다지만 대한민국 검찰에 항명한 건 아니지 않나. 검사 생활을 아주 짧게 한 검사가 법무부장관(친일파 이하영)을 고발했다가 쫓겨난 거다.
그런데 이런 이준 열사가 지금 대한민국에 오면 순식간에 쫓겨난다. 신입 검사가 조직에 항명했다는 이유로. 북부지검 관내(수유동)에 이준 열사 묘가 있다. 개인적으로 북부지검에 갔을 때 이준 열사 묘에 가서 신랑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괜히 존경하는 사람과 이것저것 갖다 붙이지 않나. 이준 열사 분사일(7.14)이 내 생일과 같다. 혼자만 한 생각이지만 '이준 열사가 돌아가시고 끊어진 검찰의 맥을 잇겠다'는 자부심이 들더라. 검사 이준을 흉내 내다보면 조금은 닮아가지 않겠나."
- 검찰 조직과 별다른 충돌 없이 10년 동안 일하다가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 민청학련 재심 사건'을 시작으로 검찰 조직 내의 불온한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알리고 고발하고 싸우고 있다. 왜 싸우나? 무엇을 위해?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책에도 썼는데, 2003년도에 (상관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할 뻔하고 오히려 선배로부터 '소문나면 네가 죽는다. 여검사가 다 죽는다. 여기 와서 (변호사) 개업하라'라는 소리를 들었다. 빡 치더라. '가해자가 있는데 내가 왜 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갈 생각이 1도 들지 않았다.
2012년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 재심사건을 두고) 공판검사실 출입문을 걸어 잠갔을 때도 그랬다. 백지구형을 명령한 너희들은 검사가 아니다. 공판 검사석에 앉을 수 있는 검사는 나밖에 없다. 검찰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들더라. 이런 상황에서 왜 나가나. 힘든 건 맞는데 나갈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12월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반공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검찰 수뇌부의 '백지 구형' 지침을 무시하고 '무죄 구형'을 했다. 이 일로 임 검사는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검사 적격심사에서 퇴출 위기까지 겪었다. 5년 소송 끝에 2017년 대법원의 징계 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임 검사는 지난 5월 다시 한번 퇴직 명령이 가능한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로 분류됐다.
"존경할만한 검사 선배가 어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