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2022.7.29
대통령실 제공
"그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 돌봄센터를 다녀오셨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갔더니 조금 낙후된 시설, 학교보다 낙후된 시설에서 아이들이 조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게 가슴이 아팠다, 더운 날에.' 그 말씀을 하셨어요. 이런 아이들을 조금 더 나은 시설에서, (윤 대통령) 눈으로 보시기에는 학교가 (돌봄센터보다) 훨씬 더 나아 보였던 것 같아요.
저도 방문해 봤더니 학교 시설들이 요즘 너무 좋아졌어요. '(대통령은) 학교에서 그냥 계속 있으면서 여러 활동들을 하면 좋을 텐데 아쉬웠다'라는 말씀을 주셨어요. 그러면서 이 입학연령 하향이라는 것이 그런 취지에서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닿으셨던 것 같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이 발언은 진행자가 앞서 '직접 업무보고 당시 대통령의 추진 의지가 좀 느껴졌을 것 같은데, 확고하게 반응을 했나'라는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박 장관과의 부처 업무보고에서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기사화가 많이 되지는 않았지만, 박 장관의 이 발언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애초 공약에도 없었던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을 교육부가 별다른 의견수렴도 없이 갑작스레 지시·추진하는 이유가 단순히 윤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 말에 따라 해석하자면, 윤 대통령은 아이들이 낙후된 시설에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시설인 학교에 있는 게 더 낫다는 이유로 입학연령 하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학교보다 낙후된 시설'은 어디일까. 대통령실 공개일정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뒤 아동교육과 관련된 곳을 딱 한 곳 방문했다. 7월 19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가 그곳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아동 지원 대책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했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대로 지역아동센터의 시설이 학교보다 낙후되었다면, 만5세 입학연령 하향을 얘기할 게 아니라 그에 대한 지원을 더 견고히 해야할 사안이다. 지역아동센터는 그대로 낙후된 채로 놔둔 채 입학연령만 하향해 일부 아동을 학교로 보낸다면?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 나머지 아동들은 여전히 낙후된 시설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아동센터는 이용 아동의 연령을 '만 18세 미만의 아동으로서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으로 정하고 있다. 운영시간도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초중등 학생들에 맞춰서 운영되고 있다. 요약하면, 윤 대통령은 이미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동들을 보면서 '학교에 있는 편이 낫다'며 입학연령 하향을 긍정적 취지로 발언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코미디나 다름 없는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입학연령 하향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