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쫌 이상한 사람들>의 한 장면.카우보이 흉내를 내고 있는 아이를 멋진 카우보이로 그리는 사람이 있다.
최지혜
눈을 크게 뜬 채로 꿈을 꾸는 사람은 아이의 미래와 소망을 보고 그림으로 그려낸다. 현실은 장난감 말을 타고 있을지라도 아이의 마음만큼은 진짜 카우보이가 된 것 같을 테니.
이 책에서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세상은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질 때 오히려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이상한' 사람들이 좋다
'이상한' 사람들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가장 선배(?)로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있다.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이었던 그는 강도 만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쏟아부었다.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 거라고 믿었던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도 생각난다.
생각해보면 나도 줄곧 '이상한' 쪽에 속한 사람이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이 매사에 시니컬했던 아이로 나를 기억하고, 대학시절엔 대책 없이 해맑아서 명랑만화 주인공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으며, 교회 오빠들은 걸핏하면 '너 그러다 지옥 간다'라고 호통치는 무서운 동생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스무 살 때 췌장 문제로 쓰러져 사경을 헤맨 적이 있다. 중환자실에서 눈물로 나를 간호하던 오빠는 내가 그때 아무래도 뇌 수술을 한 거 같다고 지금까지도 놀린다. 가족들은 나를 '똘'이라 부르는데, 엄마는 딸의 애칭인 '똘래미'의 줄임말로 알고 있지만, 오빠는 '또라이'에서 따온 것임을 강조한다.
서른 중반에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일 년 동안 유럽을 쏘다닐 때도 그랬다. '그 나이에 갔다 오면 뭐 할래?' '결혼은 아예 포기냐?' '시집갈 돈 다 쓰고 올 셈이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와중에 '용기가 부럽다.' '긴 인생에 멋진 결정이야'라고 힘을 보태주는 이들 덕에 나는 계속 '이상한' 결정들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시민모임만 해도 누군가는 돈도 못 버는 일에 쓸데없이 에너지를 쓴다고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상한' 사람 옆에는 그것을 발견해주고 함께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우영우 옆에 정명석 변호사와 한바다 식구들이 있었던 것처럼, '쫌 이상한' 사람들을 발견해 따뜻한 시선으로 그림책에 담은 작가처럼 말이다.
주변에 눈여겨보던 '이상한' 사람이 있다면 옆에서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자. 그들이 계속 이상한 짓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주자. 같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이상한' 사람이 되어 '이상한' 사람들과 함께 재미없는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조금씩 바꿔가는 상상.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다. 나는 이 '이상한' 사람들이 좋다. 당신은 어떤가.
쫌 이상한 사람들
미겔 탕코 지음, 정혜경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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