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찾아가 노동자건강권 교육을 하고 있는 필자
박승권
미래 일터의 안전보건도 결국 '교육이 희망'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노동안전보건 문제 해결을 '교육'을 통해 접근하곤 합니다. 노동자가 되면 채용 시점부터 정기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업주 주도하에 교육이 이루어지다 보니 기술적, 이론적 내용이나 법과 제도 소개에 국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을 통해 피교육자에게 권리의식이나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또한 일방향적 방식으로 주로 진행되다 보니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교육도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안전보건에 대한 지식도 너무나 중요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건 본인이 어떤 권리를 갖고 있고 그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정당한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위험을 봤을 때 그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또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유별나게 군다'라고 하지 않는 문화를 심어주어야 하는데, 사회 전체에 그런 권리의식과 감수성이 다소 부족하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청(소)년 노동자들도 그렇지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인 현 상황에서, 청(소)년 노동자는 조직이나 상사에 대한 충성을 요구받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는 구조에 속하기 쉬울지 모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안전과 건강에 대한 권리라는 가치가 흔히 뒷순위로 밀리곤 합니다. 물론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합니다만, 노동자 건강권 교육을 통해 노동의 주체가 될 미래 세대 학생들의 감수성을 제고시키고 권리의식을 함양시키는 것 또한 필요하다 느끼고 있습니다.
노동자 건강권은 노동인권의 한 분야입니다. 노동인권 교육이 임금, 근로계약서, 노동 3권 등 노동과 관련한 권리를 포괄해서 다룬다면, 노동자 건강권 교육은 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중점을 두고 가르칩니다.
노동자가 되기 전에 알아야 하는 노동자 건강권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노동에 안전보건이라는 단어를 연계시키면 아르바이트 노동이나, 현장실습, 직업계고 교내 실습 환경 등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소위 '블루칼라' 직업군에 종사할 가능성이 큰 학생들이 대상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동자 건강권 교육은 관리직, 서비스직을 포함하여 모든 업종에 종사할 미래 노동자에게 필요한 교육입니다.
노동자 건강권 교육에서는 추락하거나 끼이거나 부딪히는 재래식 사고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과로로 인해 유발 가능한 뇌·심혈관질환,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도 다룹니다. 이런 문제들은 비단 육체노동에서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사고 재해 못지않게 질병 재해 또한 중요하며, 신체적 건강 못지않게 정신적 건강 역시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이를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 대한 역지사지와 공감, 배려와 존중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