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광고탑에서 손해배상 소송·업무방해 가처분신청 철회, 해고 조합원 복직,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저 위에 노동자들이 굶어 죽지 않겠다고, 살겠다고 벌써 세 달째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130여 명 조합원 전원이 해고됐고, 하이트진로는 28억 원이라는 무시무시한 손해배상·가압류를 걸어 조합원 집에 차압이 들어오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외칩시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여 힘내라!"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 영동대로 한복판에 모인 화물 노동자 수백 명이 하늘을 향해 "투쟁"을 외치자 10여 층 높이 건물 옥상 참이슬 소주 광고판 앞에 위태롭게 서있던 10여 명이 고개를 내밀었다. 위에서 "투쟁" 하고 답하는 외마디 소리가 내려왔다. 인도엔 위급 상황을 대비한 붉은색 에어매트가 펼쳐져 있었다. 광고판에는 '노조 탄압 분쇄, 손배 가압류 철회, 해고철회전원 복직'이라는 대형 걸개가 걸렸다.
고공 농성 중 전화 연결된 김건수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2지회 조직차장은 수화기 너머로 조합원들에게 "사측의 압박과 공권력의 저지에 청주와 이천, 홍천을 거쳐 결국 이곳 서울 청담동 도심 20~30미터 상공까지 왔다"라며 "목숨을 걸고 끝까지 투쟁해 승리하겠다"고 했다. 김 차장은 "하이트진로는 여전히 그 무엇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저 퇴거 명령 통지를 전달하기 위해 옥상 문을 두드리며 조합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이트진로 하청 화물 노동자 10여 명은 지난 16일부터 본사 옥상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3월 노조가 결성된 이후 조합원들이 집단 해고됐고, 운송료 인상 요구에 원청인 하이트진로와 하청업체들이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일부터 시작된 파업이 장기화하자 하이트진로는 노조 간부 10여 명에게 28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운송료 가압류까지 청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기름값·도로비·차량 할부금 등을 제외하고 현재 하이트진로 하청 화물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는 월 100만~200만 원 수준에 그친다.
그들이 청담동 한복판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 올라간 이유
▲ 하이트진로 옥상 광고탑에 오른 화물노동자 “살기 위해 왔다” ⓒ 유성호
고공농성 3일째인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고공농성자들이 내다보이는 강남본사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하이트진로를 규탄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하이트진로 자본이 배를 불리는 동안 노동자 임금은 동결이다 못해 삭감됐다"라며 "15년 전 임금을 그대로 받는 것도 모자라 2008년 삭감된 뒤 실질적으로는 계속 마이너스 1%"라고 했다.
현 위원장은 "하이트진로 작년 매출이 2조2000억 원이나 됐다. 주주배당하고 돈 잔치하는 동안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이렇게 길거리로, 홍천강으로, 급기야 옥상 광고판까지 몰아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강원도 홍천 하이트진로 공장 다리 위에서 시위를 벌이던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3명은 경찰의 진압으로 인해 홍천강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회계사는 회계 자료를 근거로 하이트진로의 노동 착취가 너무 심하다고 비판했다. 김 회계사는 "하이트진로의 매출총이익률이 40%를 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현대자동차 20% 안팎, 삼성전자가 30%대일만큼 매출총이익률이 그렇게 높으려면 기술력이 압도적이거나 군수산업처럼 국가로부터 특혜·독점을 받는 경우나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하이트진로 매출총이익이 1년에 1조 원을 넘는데, 물류비는 900억 원밖에 안 된다"라며 "적당히 해먹어야 하는데 너무 심하게 해먹고 있다"고 했다.
김 회계사는 "화물 노동자들이 보통 1년에 1억2000만 원 매출을 하는데, 이중 유류비가 4000만 원 이상, 차량 감가상각과 톨게이트비 수천 만원까지 합하면 1년에 집에 가져가는 돈이 2000만~3000만 원 선"이라며 "그것도 50대 이상인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벌면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지적했다.
"노조법 2조 개정해 원청이 교섭 나오게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