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기시 노부오 안보당담 총리보좌관(전 방위상), 하기우다 고이치 정조회장(전 경제통산상).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 갈무리
통일교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내 역학 구도상 이를 확실하게 정리할 수 없다는 게 기시다 총리의 딜레마이자 한계다. 우선 통일교와 접점을 가장 강하게 그리고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의원들은 최대 파벌인 아베파다. 기시다 총리는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위해서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일 단행한 개각에서도 통일교와 관련이 있는 의원이 6명이나 입각을 했고, 관련이 있는 각료 2명이 총리실(기시 노부오 안보담당 총리보좌관, 전 방위상)과 당(하기우다 고이치 정조회장, 전 경제통산상)의 요직에 기용됐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아베파 소속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시다 정권 앞에 닥친 문제는 통일교 문제뿐이 아니다. 찬반이 확실하게 갈리는 원전 재가동, 아베 국장(9월 27일) 등의 곤란한 현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역전의 노장인 오카다 가쓰야를 간사장, 아즈미 준을 국회대책위원장에 다시 포진하는 등 대결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은 그동안 미적미적대던 자세를 바꿔 지난 27일 소속 의원들 전원을 상대로 통일교 관련을 조사해 9월 초에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는 조사가 시민들이 바라는 속 시원한 결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에도 악영향
기시다 정권의 급속한 지지율 하락은 일본 정국 운영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한일관계 개선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일본도 어느 정도 한국을 달랠 수 있는 양보가 필요한데, 지지율 하락은 이런 양보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한일관계 개선을 두고 한국의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추락을 걱정하던 일본이 거꾸로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신경써야 하는 처지에 몰린 형국이다. 이 현상을 보니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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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 문제 평론가, 미디어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분야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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