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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벌어진 떼죽음... 이 끔찍한 광경

한국 특산종, 구상나무 집단 고사하고 있는데... 멸종위기종 등재에 미온적인 환경부

등록 2022.09.01 05:17수정 2022.09.01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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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영신남부능선,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 ⓒ 녹색연합

 
구상나무의 학명은 'Abies koreana'입니다. 학명이 의미하듯 한국 특산종입니다. 그런데 이렇게도 소중한 구상나무가 기후위기로 멸종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리산과 한라산 일대에서 구상나무의 떼죽음이 심각한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그 증거입니다. 2013년 한라산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가 처음 알려진 이후 9년이 지난 현재 지리산 구상나무의 멸종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이 2020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지리산 구상나무 서식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리산 정상봉인 천왕봉, 중봉, 하봉 등의 집단 서식지 중에는 최고 90%까지 고사가 나타나는 곳도 있습니다. 특히 기온과 강수량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산 정상부부터 해발 1700m까지는 성한 구상나무가 거의 없을 정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는 구상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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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내 집단고사 현황을 지도로 표현한 모습. 극심(빨강) > 심각(회색) > 고사(오렌지) ⓒ 녹색연합

 
녹색연합이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집단 고사 정도에 따라 극심, 심각, 고사 세  단계로 나눠 봤습니다. 극심 구역은 평균 고도 1590m에 나타나고 있고, 구상나무가 우점하거나 순림해 서식하는 5~10ha 정도의 집단 서식지에서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구상나무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고사 개체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각 구역은 평균 고도 1627m에 나타나고, 2~3년 안에 극심 지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이미 고사로 확인된 수목 외 나머지 구상나무에서도 생육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개체가 다수 관찰된 것입니다. 고사 단계는 평균 고도 1564m에 나타나고, 주로 탐방로 주변부에서 10본에서 20본씩 무리 지어 죽어 있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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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법계사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법정탐방로 주변 집단 고사지 ⓒ 녹색연합

 
이러한 고사현상은 지리산 천왕봉 탐방로 주변에서 관찰이 가능합니다.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의 모든 방향에는 해발 1800m 전후 지점부터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죽어가는 대열이 이어져 있습니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의 법계사 위 구간부터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고사목이 본격적으로 관찰됩니다. 천왕봉과 가까운 해발 1500m 위에는 대부분의 구상나무가 죽어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중봉-하봉 일대는 남한 최대의 고산 침엽수 서식지였습니다. 백 년이 넘게 자란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어우러진 원시성 생태계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남한에서 가장 많은 고산 침엽수가 죽어가는 숲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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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남면 집단고사지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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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하봉 남서면 집단고사지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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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중봉 서남면 집단고사지 ⓒ 녹색연합

 
지리산의 고산지대의 침엽수가 죽어가는 이유는 겨울과 봄의 건조, 적설량 부족, 여름철 폭염, 강풍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보입니다. 특히 지리산 주능선에 2월 전후에 내렸던 폭설이 줄어든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보입니다. 지리산 천왕봉 중봉과 반야봉 등 고산지대 겨울철 내린 폭설이 봄철인 3월부터 5월까지 서서히 녹으면서 상록수인 구상나무의 영양 공급원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2010년 이후 적설량이 과거에 비해 현격히 줄어들며 겨울과 봄철 건조가 심화된 것입니다.

그나마 희망은 세석의 구상나무가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석평전은 1996년 이후 야영 금지와 함께 복원하면서 구상나무를 심었는데, 이때 심은 구상나무는 유전자가 다른 나무들이었습니다. 유전자 계보가 분명하지 않아, 지금 세석평전의 구상나무는 유전자 교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구상나무 조경수는 자생지보다는 더 잘 자랍니다. 하지만 유전자가 다른 개체들로 구상나무의 명맥이 유지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구상나무 멸종위기 대책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생물종입니다. 한반도 남부 지방의 고산지대인 지리산, 한라산, 덕유산 등 1900m에서 1500m 사이에서 집단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주요 서식지가 죽음의 전시장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국제멸종위기 적색목록인 레드리스트에서 구상나무는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국제적 위험신호가 켜져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 목록에는 구상나무가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환경부가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종의 쇠퇴나 고사'를 멸종 위기종 등재의 기준과 원칙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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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 적색목록(Red List)에 포함된 한국 특산종 구상나무 국제사회는 한국 특산종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 녹색연합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한 몸으로 인식하고, 기후위기의 대응에서 생물다양성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종의 멸종은 결국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위기로 이어질 것 입니다. 구상나무의 멸종위기는 한반도 육지에서 나타나는 기후위기의 경고등 입니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책임이 있는 환경부는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에 등재하고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울러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한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구상나무는 한반도 육지에서 기후위기로 사라지는 첫 번째 생물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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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고사 현황 표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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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고사 현황 표 ⓒ 녹색연합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입니다.
#구상나무 #집단고사 #지리산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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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은 성장제일주의와 개발패러다임의 20세기를 마감하고, 인간과 자연이 지구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초록 세상의 21세기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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