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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독일에 1750조 원 넘는 배상 청구... 그 속내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3주년 맞아 발표, 독일 "배상 문제 종결됐다"... 야당 "선거용" 비판

등록 2022.09.02 10:35수정 2022.09.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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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3주년을 맞은 지난 1일(현지시간) 전직 총리 출신의 폴란드 집권당 대표가 나치의 제2차 세계대전 침략과 자국 점령에 대한 배상금으로 약 1조 3천억 달러, 원화로 175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을 독일로부터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3주년을 맞은 지난 1일(현지시간) 전직 총리 출신의 폴란드 집권당 대표가 나치의 제2차 세계대전 침략과 자국 점령에 대한 배상금으로 약 1조 3천억 달러, 원화로 175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을 독일로부터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Youtube Janusz Jaskołka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3주년을 맞은 지난 1일(현지시간) 전직 총리 출신의 폴란드 집권당 대표가 나치의 제2차 세계대전 침략과 자국 점령에 대한 배상금으로 약 1조 3천억 달러, 원화로 175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을 독일로부터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폴란드 1년 예산의 12배 수준이다.

폴란드 집권당이자 민족주의 우파 정당인 '법과 정의당(PiS)'의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대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 점령 기간 동안 폴란드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는 2차대전으로 파괴되었다가 1970년대에야 재건된 바르샤바 왕궁에서 진행되었다. 해당 보고서는 약 30명의 역사학자, 경제학자 등의 전문가들이 2017년부터 연구한 결과로 알려졌다.

'파괴자와 범죄자의 후손들' 독일 공격에 몰두하는 폴란드 집권당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 8월 1일 바르샤바 봉기 78주년 기념 연설에서 "파괴자와 범죄자의 후손들인 오늘날의 독일은 실질적인 보상 없이는 역사의 새 장을 열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 8월 1일 바르샤바 봉기 78주년 기념 연설에서 "파괴자와 범죄자의 후손들인 오늘날의 독일은 실질적인 보상 없이는 역사의 새 장을 열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TVN24
 
카친스키 대표는 "독일군은 폴란드를 침공하여 우리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점령은 극도로 범죄적이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으며 많은 경우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우리는 보고서를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 단계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카친스키 대표는 "우리는 배상금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독일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멀고 쉽지 않은 길이지만 언젠가는 성공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러한 조치가 "진실한 폴란드-독일 화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독일은 해당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독일을 향한 폴란드 집권당의 공격은 최근 들어 심해지는 추세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 8월 1일 바르샤바 봉기 78주년 기념 연설에서 "파괴자와 범죄자의 후손들인 오늘날의 독일은 실질적인 보상 없이는 역사의 새 장을 열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카친스키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러한 손실을 가능한 한 정확히 계산해 우리에게 빚진 이들에게 적절한 설명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중앙은행 총재이자 카친스키 대표의 절친한 정치적 동지인 아담 글라핀스키도 지난 17일 "독일이 폴란드에 유로화 가입을 추진하는 까닭은 2차대전 이후 잃어버린 영토에 대한 야망의 일부"라고 직설적으로 독일을 비판했다.

폴란드 야당, 총선 앞둔 선거 운동이라 비판


카친스키 대표의 이번 배상 발언에 대해 폴란드 야당 정치인들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전직 총리이자 제1야당인 '시민연단'의 도날트 투스크 대표는 "순수한 사람들을 위한 순수한 선전, 동화"라면서 "카친스키 대표는 이 반독일 캠페인을 통해 자당의 지지가 오르기를 원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며 선거 운동이라 비판했다.

야당인 '시민플랫폼'의 대표이자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전 외교부 장관 역시 "배상 가능성은 없다"면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르샤바와 베를린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영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의 이러한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PiS는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 전례 없는 세 번째 연임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아직은 여론조사에서 야당에 비해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둔화,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상 문제를 꺼내 듦으로써 국민의 시선을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린 셈이다.

독일 외무부는 배상 문제 종결됐다고 입장 밝혀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지난 10일, "EU 내부의 제국주의와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한 로이터통신 보도 갈무리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지난 10일, "EU 내부의 제국주의와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한 로이터통신 보도 갈무리Reuters
 
게다가 PiS는 폴란드를 향한 유럽연합(EU)의 간섭 역시 이번 배상 문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의도 또한 지니고 있다. 2015년 카친스키가 이끄는 PiS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을 둘러싸고 의회의 동의를 거부하고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했다. 이에 EU는 이를 EU의 법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고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50조 원에 달하는 코로나 회복 지원금 지급을 유보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지난 10일 "EU 내부의 제국주의와도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 "EU에는 형식상의 민주주의만 존재한다. 사실상 프랑스와 독일의 '과두 체제'"라고 EU를 비판했다. 2차대전 배상 문제를 통해 반독일 감정을 고조시키면 독일은 물론이고 독일이 이끄는 EU에 대한 공격 역시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폴란드 집권당의 전망이다.

한편 독일 외무부는 카진스키 대표의 주장에 대해 "연방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배상 문제는 종결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독일 외무부는 "폴란드는 오래전인 1953년에 추가 배상금을 포기했고, 이는 여러 차례 확인됐다"면서 "이것은 오늘날의 유럽 질서를 위한 필수적인 기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정치적·도덕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PIS #독일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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