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밥은 믿음직스러워요. 재료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예상 밖의 식감이나 맛에 놀랄 일이 없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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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영우만큼은 아니지만 김밥을 아주 좋아하는 김밥 마니아이다. 주기적으로 한번씩은 꼭 김밥을 먹어줘야 한다. 어린 시절, 소풍 때 친구들과 서로 김밥을 하나씩 맛보자며 나눠 먹었는데 친구들은 나의 김밥에서 본인들이 싫어하는 것을 빼고 먹었다(나는 그때까지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편식은 안 좋은 것이므로!). 저렇게 먹으면 무슨 맛이 날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김밥은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음식이라는 것을, 그리고 집집마다 김밥을 싸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밥의 세계도 다양해졌다. 분식집 메뉴 한 켠에 자리 잡았던 야채 김밥, 소고기 김밥에 국한되지 않고 참치 김밥, 돈가스 김밥, 진미채 김밥, 땡초 김밥, 샐러드 김밥 등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김밥을 당당히 메인으로 내세운 김밥집들이 생겨났다. 김밥천국은 천원김밥으로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이른바 분식집의 대명사로 자리 매김 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여러가지 '명품' 김밥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생당근이 엄청 듬뿍 들어간 김밥이라던지, 계란 지단으로 속을 꽉 채운 김밥이라던지... 정말 김밥의 변신은 무죄였고 그 변주는 무궁무진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아빠의 사랑이 가득 담긴 우영우 김밥 뿐만 아니라 우영우가 가출을 감행했을 때 우영우의 친구 동그라미가 만들어준 '네모난 김밥'도 나온다. '네모난 김밥'이라는 표현에서만 봐도 알겠지만 동그라미의 김밥은 변화를 싫어하는 영우가 가출을 한 것만큼이나 틀을 깬 김밥이다.
동그라미의 '네모난 김밥' 속 재료 역시 김밥이 아닌 추억의 도시락에 들어갈 법한 김치 볶음과 계란 프라이를 넣은 이색 김밥이다. 계란 프라이에 볶은 김치에 밥 그리고 김의 조화라니. 딱 봐도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그렇지만 딱히 김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영우의 친구이자 든든한 조력자인 최수연을 우영우는 "봄날의 햇살" 같다고 부른다. 봄날의 햇살 최수연은 역시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5화에서 혼자 사건에서 배제된 우영우에게 "올 때 뭐 좀 사올까? 오늘은 우영우 김밥 말고 최수연 김밥?"이라며 달래주려고 한다. 거기에다가 대고 우영우는 "최수연 김밥이란 건 없잖아"라고 대답한다.
봄날의 햇살 같은 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