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가명)씨는 가해자를 자극할까봐 1층으로 내려가 재차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한승호
사건 발생 후 한 달여가 지났다. 가해자는 잡혔고 피해자는 부상에서 회복했다. 정씨와 김씨 모두 매일 꼬박꼬박 출근하는, 전과 다를 바 없는 하루를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일상은 미묘하게 달라졌다고 한다.
정씨의 부인은 아직도 계단을 보면 힘들어 한다. "그 상황을 떠올리기 싫어하고, 계단만 봐도 트라우마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김씨는 가해자의 보복이 걱정된다고 했다. "가해자는 풀려날 텐데 보복 위험도 있지 않냐"는 주변의 우려에 납득이 가, 인터뷰도 고사하려 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두 사람은 포스코청암재단의 '포스코히어로즈'에 선정됐다. 포스코히어로즈펠로십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신을 희생한 의인이나 의인의 자녀가 안정적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난생처음 '영웅'이 돼 아이 이름으로 장학금을 받았다.
정구관씨에게는 6살 난 아들이, 김호성씨에게는 4살 난 딸이 있다. 두 아이들은 아직 아빠의 그날 일을 알지 못하지만, 알게 될 날이 올 터다. 정구관씨는 아들을 떠올리며 동시에 피해자를 걱정했다.
"저희도 아이가 있는데 그분도 나이가 어리신 거 같아서... 저희도 이렇게 힘든데 피해 당하신 분은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드실지 걱정돼요. 치료 받고 빨리 회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지금의 바람이에요."
"그런 일을 또 목격한다면, 뛰어들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왜'를 물었다. 무엇이 이들에게 용기를 내게 했을까. 두 사람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칼을 들고 있는 줄 알았으면, 선뜻 몸싸움 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주먹으로 때리는 줄 알고 힘으로 끌어내린 거죠. 제압하고 보니까 칼날이 휘어있더라고요. (가해자가)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휘두르기만 해도 다칠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그런 생각이 아예 안 들었어요. (저보다도) 정구관님이 정말 대단하신 게, 정말 필사적으로 가해자를 잡고 계셨어요. 집 바로 앞에서 벌어진 일인데 그렇게 나설 수 있다는 게, 그게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 김호성씨
김씨는 정씨에게 공을 돌렸다. 정씨는 처음부터 "도와줘야 할 거 같아"라고 말한 부인에게 공을 돌렸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나서고 그러는 성향이 아닌데... 와이프도 힘에 부치는데 어떻게든 여자분을 살리려고 가해자 머리를 잡아 당기는 걸 보고 저도 힘을 내지 않았을까요. 어떤 마음이 들었다기 보다, 까딱하면 한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 말려야겠다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 정구관씨
엉겹결에 휘말린 사건이었다. 칼이 있는 줄 모르고 덤빈 것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목숨이 위험할 뻔 했지만, 그 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그 때 그렇게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생명을 구한 거니까요." - 정구관씨
"이런 말하면 가족들에게 등짝 맞겠지만, 그런 일을 눈 앞에서 본다면 또 뛰어들지 않을까요." - 김호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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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10시의 비명... 흉기 난동 남성 제압한 두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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