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산수도심사정, 18세기, 종이에 담채, 33.5 × 41.7cm
국립중앙박물관
그림의 왼쪽은 심전 안중식(1861~1919), 오른쪽은 백련 지운영(1852~1935)의 <동파입극도>이다. 지운영은 조선후기의 서화가이자 사진가로, 고종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자, 종두법으로 유명한 지석영의 형이다.
동파선생입극도는 중국 뿐 아니라 김정희, 허련, 중봉당, 이용림 등 수많은 조선의 화가들이 즐겨 그린 주제이다. 특히 지운영은 입극도를 여러 점 그렸다고 한다. 중국 북송의 소동파에 얽힌 고사 인물도로 '입'은 삿갓, '극'은 나막신을 뜻한다. 즉, <삿갓 쓰고 나막신 신은 소동파>로 해석할 수 있다.
소동파가 혜주로 귀양을 갈 때, 갓을 쓰고 나막신을 신은 채 비를 맞은 모습을 표현했다. 삿갓과 나막신은 물웅덩이를 건너고 비바람 속을 걷을 때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림 속의 소동파는 빗속의 초라한 행색보다는, 지팡이를 짚은 채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호연지기를 보여준다. 훗날 많은 화가들이 이 주제를 택한 것도 그의 인품을 기리기 위해서이다.
귀양 가는 소동파의 처지 그 자체에 이입하여 그린 경우도 있다. 지운영은 유배생활에서 풀려난 후 여행하다가 동파선생입극도를 보고 임모(원작을 보면서 그 필법에 따라 충실히 베껴 옮겨 그림)했고, 은둔하여 시와 그림에 몰두하는 삶을 살았다.
또한 허련은 스승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바닷가로 유배간 것을 소동파에 비유하여 <완당선생해천일립상>을 그리기도 했다. 완당은 수많은 김정희의 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