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중인 중국청람색잎벌레.박주가리와 고구마 줄기를 먹고 산다.
이상헌
왕벼룩잎벌레라는 이름은 위험을 느끼면 벼룩처럼 폴짝 뛰어서 도망쳐 붙여진 이름이다. 붉나무를 포함한 옻나뭇과 식물에서 볼 수 있으며 먹이식물에 따라서 애벌레의 체색이 달라진다. (개)옻나무를 먹으면 노란색을 띠고 붉나무를 삼키면 청보라색으로 바뀐다.
옻나무에 상처가 나면 흰색 진액(Urushiol)이 흘러나오며 여기에 닿으면 좁쌀만 한 발진과 함께 심한 가려움을 동반한다. 우루시올을 체내에 축적하고 있으므로 왕벼룩잎벌레는 포식자들이 사냥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독이 있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화려한 몸매를 기꺼이 드러낸다.
잎벌레 암컷은 난황을 가진 배불뚝이
좀남색잎벌레는 잡초 중의 잡초 소리쟁이를 먹는다. 암컷은 배불뚝이 몸매를 가졌는데 알이 될 난황 물질이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짝짓기를 하면 수정이 이루어지고 알로 바뀌므로 성페로몬을 내뿜어 수컷을 부른다. 교미 후에는 50여 개쯤 되는 알을 낳으며 5일 정도 지나면 부화하여 한 달간 소리쟁이를 먹다가 땅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소리쟁이에는 상아잎벌레와 딸기잎벌레도 꼬인다. 전자는 4월~11월까지 관찰할 수 있으며 후자는 오뉴월에 한 차례만 발생한다. 상아잎벌레 유충은 마디풀과(며느리밑씻개, 소리쟁이, 며느리배꼽 등) 식물을 갉아 먹으며 가을에 우화한 개체는 낙엽 아래나 땅속을 파고 들어가 겨울잠을 잔다.
자신의 똥을 짊어지고 사는 남생이잎벌레는 딱지날개가 길게 늘어나 온몸을 거북이 등 껍질처럼 덮고 있다. 먹이식물에 찰싹 들러붙어 다리를 감추면 떼어내기가 어렵다. 발바닥에 털이 많고 접착제 같은 분비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애벌레는 곤충계의 카멜레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