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쓰레기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정판 어부김정판 어부는 고향인 사천시 실안 바다에서 죽방렴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는 김정판씨를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 실안에서 만났고, 이후 전화로 추가적인 상황을 확인하고 인터뷰했다. 현장은 에코피스아시아 이태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해양 보호 담당 이용기 활동가와 동행했다.
실안은 죽방멸치로 유명한 지역인만큼 바닷바람에 군침 돌게 하는 감칠맛이 밀려오는 곳이다. 죽방멸치는 그물을 가둬두고 뜰채로 떠내기 때문에 멸치 손상이 적고, 신선한 상태로 바로 삶아내 사천·남해 등에서 지역 명물로 알아준다. 이 지역 식당은 대부분 멸치 쌈밥을 내세우며 영업을 하고 있다. 실안 선착장 주변엔 실 멸치부터 제법 큰 멸치까지 크기별로 나누어서 말리는 모습을 여기저기 확인할 수 있었다.
해양 쓰레기에 꽂힌 '이상한 어부'
"멀리까지 오셨네요"라며 인사를 건넨 김정판씨는 일행을 자신의 배에 태워 죽방렴으로 안내했다. 2톤짜리 조그마한 배엔 큰 망사 주머니가 걸려있는데, 부유 쓰레기를 따로 모아 두는 용도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배를 타고 10여 분 남짓, 김정판씨가 소유한 죽방렴에 도착했다. 죽방렴은 조류 방향으로 V자형으로 말목을 박고, 그 사이에 그물을 친다.
V자 끝에 정사각형 발통을 설치하는데, 김정판씨는 10cm 정도가 될까 싶은 발통 위 나무 난간을 빠르게 오가며 그물을 올린다. 지금은 나이 들어 살이 불었지만, 고교 시절만 해도 경남도에서 알아주는 74kg급 태권도 선수였다는 그의 말을 실감하게 했다. 그물을 어느 정도 올리고 나면 이제 3m 정도 되는 뜰채로 멸치를 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