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울푸드 떡볶이.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오지영
나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다. 바로 떡볶이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떡볶이부터, 학창시절 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먹던 떡볶이, 면접에서 떨어지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홀로 사 먹던 떡볶이까지. 떡볶이는 내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다. 나이가 들면 물리겠거니 했는데 여전히 떡볶이는 내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
회사를 휴직하면 지치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아이들을 챙기고, 살림을 꾸리고, 사람들과 얽히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다 보면 여전히 마음이 버거운 날이 생긴다. 그런 날 나는 어김없이 떡볶이를 떠올린다.
점심으로 빨간 국물에 담긴 떡볶이와 내장을 포함한 순대를 사 왔다. 매콤한 향이 풍기면서도 달콤한 떡볶이가 딱 내 취향이다. 떡볶이에는 튀김이나 순대가 빠지면 섭섭하다. 입안에 떡볶이 떡과 순대 하나를 입에 넣고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삼킨다.
떡볶이 그릇이 비워질수록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나를 지치게 하는 일도 꼭꼭 씹어 삼켰나 보다. 물론 그런 일들은 다시 슬금슬금 자라나서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포만감과 매콤한 향만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현재로서는 떡볶이의 압승이다.
문득 어제 투덜거리던 동생이 생각났다. 동생은 요즘 인간관계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세상엔 원래 이상한 사람이 많아'와 같은 위로로 뜨뜻미지근하게 대화를 마쳤더랬다. 동생에게 커피 쿠폰을 보냈다. 가장 큰 사이즈로. 커피를 좋아하는 동생에게 내 떡볶이와 같은 행복을 보내주고 싶었다. 이내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하는 귀여운 이모티콘 여러 개가 날라온다.
때로는 '밥은 먹었어?'라는 말 한 마디에 울컥할 때가 있다. 열 마디의 말보다 음식 한 입이 힘이 될 때가 있다. 음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우리의 삶에 큰 위로가 되는 경우를 왕왕 본다.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빈속도 채우고, 공허해진 마음도 채워 넣는다. 음식을 먹으며 추억을 곱씹고, 다가올 밝은 미래를 향해 입맛을 다신다. 오늘, 힘든 일이 있다면 자신만의 소울푸드로 위로 받으시길. 그리고 누군가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힘든 일을 털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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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카레 어때?" 직장 동료가 보낸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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