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했다(자료 제공 대전시).
교통방송통신원
26일 오전 8시 10분께였다. 지인에게 문자메시지 한 통이 왔다.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불이 나 주변이 까만 연기로 뒤덮였다는 소식이었다.
확인해보니 화재는 이날 오전 7시 45분께 발생했다. 행정당국은 소방 인력 400명 등 700명 가까운 인원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소방차 24대, 구급차 11대도 배치됐다.
출동 규모만 놓고 봐도 큰불이었다. 하지만 큰 염려는 하지 않았다. 재산 피해는 있겠지만 적어도 인명 피해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개장시간인 오전 10시보다 한참 이른 시각이니 직원도 출근 전일 테고, 신고 즉시 구조대가 출동했으니 별일 없겠거니 했다.
오전 9시께, 다른 지인이 화재 현장 사진을 보내왔다. 여전히 아울렛 건물 전체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한 시간 넘게 진압작업을 했는데도 여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는 걸 보고 '화재진압에 어려움이 많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예정된 다른 취재를 하러 나섰다.
몇 시간 뒤, 관련 보도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화재 현장 지하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데다, 연락이 두절된 실종자들이 있어 수색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순간 '그 이른 시간에 왜'라는 의문과 함께 내가 잊고 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야간 노동자와 새벽 출근 노동자였다.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고 했다"
화재는 이날 오후 3시께가 돼서야 진압됐다. 희생자 신원은 이날 오후 4시를 넘겨 최종 확인됐다.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상자들은 모두 아울렛 지하에서 일했다. 시설관리(경비, 소방)를 하던 야간 노동자거나 쓰레기 처리·청소 분야 하도급 회사 직원, 물류업체 직원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이었다.
이중 A씨(33)는 소방시설을 관리하던 외주업체 소속이었다. 이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맞교대(퇴근)하기 전 화를 당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백화점 주차요원, 마트 아르바이트, 택배 상하차 등 여러 일을 하다가 현대아울렛 일을 맡았다. 그의 유가족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벽 근무로 잠도 못 자고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고 했다. 일찍 그만뒀더라면 이런 일은 안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36)는 물류 쪽에서 일하다 숨졌다. B씨의 유가족은 27일 "다른 쪽에서 물류 일을 하다가 (현대아울렛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된다"며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고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