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안의 차별주의자 / 라우라 비스뵈크 / 심플라이프
김희연
<내 안의 차별주의자>에서는 경계 짓기의 기본이 '문을 걸어 잠그고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를 살리는 소비를 하자는 메시지는 의미 있지만 정작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교육 및 수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정직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에 앞서 '물질적 차이나 교육 수준의 차이가 도덕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정치에 대한 관심과도 연결된다. '나는 정치에 관심 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특권이라는 것. 성별, 인종, 재산 등에서 일정 수준의 지위를 누려야 가능한 말이라는 것.
' 차별이나 억압 같은 무거운 주제들이 계속해서 현안으로 대두되면 따분하고 피곤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우는 소리 좀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본문 235p)
나와 타인 사이의 경계 짓기는 불안감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저자는 이민자를 예로 든다. 뉴스에서 이민자들의 범행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누군가는 이민자들이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니 강력히 처벌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그들이 사회에 동화될 수 있도록 차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민자들을 강력히 처벌한다고 해서 사회가 안전해질까? 그렇지 않다. 그들과 선을 그음으로써 자신은 그들이 아님을 확인하려는 욕망의 표현에 가깝다. 그 욕망의 근저에는 그들처럼 될까 불안한 마음이 깔려 있다. 실업 문제를 시스템적인 차원에서 보려 하지 않고 실업자들을 게으름뱅이라고 욕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책은 일(Job), 성(Gender), 이주(immigration), 빈부 격차, 범죄, 소비, 관심, 정치 8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날카로운 시선을 들이댄다.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에 일침을 놓는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를 가르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우리의 도덕적 가치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의 내 모습은 책상에 선을 죽죽 그었다가 선생님에게 야단맞은 학생 꼴이다. 풀이 좀 죽어 있기도 하다. 이제 책상에 그어 놓은 선을 지우는 숙제를 해야 한다. 아무 데나 선 긋는 일, 참 몹쓸 일이다.
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은이), 장혜경 (옮긴이),
심플라이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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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안 보일까봐 가끔 안경을 끼고 잡니다. 글자를 좋아합니다. 특히 남이 쓴 글자를 좋아합니다. 묘비에 '나 여기 없다'라고 쓸까, '책에 파묻혀 죽다'라고 쓸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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