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이정근은 '미끼', 검찰 타깃은 노영민... 영장심사 때 검사 6명 투입"

[스팟인터뷰] 구속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측 정철승 변호사

등록 2022.10.14 18:52수정 2022.10.14 18:52
19
원고료로 응원
a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갑에서 네 차례 국회의원과 구청장 후보로 출마했던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미래사무부총장이 지난 9월 30일 구속됐다. 현재 이 전 부총장은 특별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뿐만 아니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까지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박우식 전 부산자원 대표로부터 지난 2019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총 9억 5000만 원, 지난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총 3억 3000만 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9억5000만 원은 100억 원대 정부 에너지기금 배정, 마스크사업 인허가와 공공기관 납품, 한국남부발전 임직원 승진 등을 알선해주는 대가이고, 3억3000만 원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명목이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다만 알선 대가로 받은 돈과 불법정치자금이 일부 겹친다며 그가 받은 돈을 총 10억 1000만 원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전 부총장 측은 청탁·로비 등 알선 대가가 아니라 단순한 채무관계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 전 대표로부터 선거비용으로 7억 4000여 만원을 빌린 뒤 5억3000여 만 원을 갚아서 2억 원의 채무만 남은 상태였는데 박 전 대표가 갑자기 10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검찰은 여성가족부 대선공약 개발 의혹,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태양광사업 비리 의혹, 성남FC후원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의혹, 백현동·위례신도시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주로 문재인 정부나 야당의 주요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주요 인사라고 보기 어려운 이 전 부총장을 구속시킨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가 청탁하거나 로비한 야당의 거물급 인사들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노영민·송영길·박영선 등의 이름 언급했다"


이 전 부총장 측의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6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이 거물도 아니고 근거도 부실한데 그런 사람을 상대로 특수부 검사들이 투입됐다"라며 "검사 1명이 아니라 (과거 특수부라고 할 수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가 담당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를 할 때 중요한 사건이면 검사가 한두 명 들어가는데 이정근 전 부총장의 경우에는 부장검사까지 총 6명의 검사가 들어왔다"라며 "2명의 검사가 70여 쪽에 이르는 PPT자료 브리핑을 진행했다, 수사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30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는 김영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사 6명이 출석했다. 당시 검찰은 PPT 70장 분량을 준비해 2시간 동안 이씨의 혐의를 설명하고 구속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검찰 관계자조차도 "이정근 전 부총장은 국회의원 신분이거나 유명한 사람이 아닌데, 검사 6명이 영장심사에 출석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라며 "그만큼 검찰이 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분석했다.

정 변호사는 "이정근 전 부총장이 검찰의 타깃이 아니다"라며 "큰 물고기를 낚기 전에 미끼부터 낚는데 이정근 전 부총장은 미끼에 불과하다"라며 "그 미끼에 일단 공을 들이고 이정근 전 부총장을 구속한 후에 이를 발판 삼아 '더 큰 물고기'를 낚으려는 의도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겨냥하는 야당의 거물급 인사와 관련, 정 변호사는 "검찰수사 과정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송영길 민주당 대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민주당 쪽의 비중 있는 인사들 이름이 다 나왔다"라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직접 타깃인 것 같다"라며 "구속영장을 보면 알선수재가 30여 건이 나오고, 각각의 알선수재에 타이틀을 붙였는데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이름이 타이틀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이름은 검찰이 먼저 언급한 것이다"라며 "우리는 이들의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검찰은 박우식 전 대표가 이 전 부총장의 소개를 받아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다고 보고 있다"라며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불법자금을 누가 자기 계좌로 받겠나?"
 
a

정철승 변호사 (자료사진) ⓒ 연합뉴스

 
또한 박 전 대표와의 돈거래에 대해 정 변호사는 "불법자금을 누가 자기 계좌로 받겠나?"라며 "검찰은 차용증을 안 썼으니 박우신 전 대표한테 (불법자금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 전 부총장과 박 전 대표는 2년 반 정도 알고 지낸 사이였다"라며 "그동안에 사담을 많이 나눴을텐데 박 전 대표는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둔갑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이 전 부총장에게 10억여 원을 줬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전력'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 폐기물처리업체(부산자원)를 운영했던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08년 11월 산은자산운용(650억 원)과 한국교직원공제회(550억 원), 제일상호저축은행(430억 원)으로부터 부당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하지만 1심부터 3심까지 법원은 박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부산자원 불법대출 수사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송기인 신부에게 1억 원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검찰은 송 신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송 신부는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계좌 송금으로 5000만 원씩 2차례, 모두 1억 원을 받았다"라며 "부산교구와 상의해 순교자 묘역 조성에 사용했다"라고 해명했다. 당시 부산자원 불법대출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에 발탁된 우병우 부장이었다.

한편 검찰은 최근 이 전 부총장의 구속기간을 오는 19일까지 연장했고, 변호인 이외의 사람들과 접견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 정 변호사는 "구속시키는 것만 해도 옴싹달싹 못하게 묶어놓는 것인데 접견 제한을 조치했다"라며 "하지만 접견 제한 조치의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물론 가족이나 지인의 접견이나 면회는 법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볼 수 없지만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은 헌법상의 권리다"라며 "그런데도 검찰이 변호인의 접견권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검사들 순번을 정해서 이정근 전 부총장을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변호인은 조사받을 때 옆에 있거나 쉬는 시간에 대화를 나누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라며 "거물을 잡기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것으로 짐작하지만 너무 노골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구속된 이정근 전 부총장은 누구?

이 전 부총장은 전북 군산 출신으로 군산여고와 원광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책위원회 부의장, 여성위원회 위원장, 서울특별시당 주거복지특별위원장, 부대변인, 민생제일추진단 부단장,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민생본부 부본부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민주연구원 이사 등을 지냈다.

서울 서초구 갑에서 총 네 차례 국회의원과 서초구청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020년 4월 총선 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에는 각각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 여성가족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와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성평등본부 부본부장으로 활약했다. 지난 대선 때에는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 부본부장을 맡았고,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미래사무부총장에 임명됐다.

한편 정치활동과는 별도로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중앙이사와 홍보출판위원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미디어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정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 #박우식 #부산자원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국 떠나는 과학자의 탄식 "늦었어요, 망했습니다"
  2. 2 조국혁신당 2호 영입인재, 구글 출신 이해민
  3. 3 더 과감해진 'SNL 코리아'의 '입틀막' 패러디... 누리꾼 "환영"
  4. 4 "대학은 가는데, 문제는..." 현직교사가 본 '가난한 아이들'
  5. 5 윤 대통령, 반도체산업 죽일 건가? 외국 보고서에 담긴 진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