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갑에서 네 차례 국회의원과 구청장 후보로 출마했던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미래사무부총장이 지난 9월 30일 구속됐다. 현재 이 전 부총장은 특별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뿐만 아니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까지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박우식 전 부산자원 대표로부터 지난 2019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총 9억 5000만 원, 지난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총 3억 3000만 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9억5000만 원은 100억 원대 정부 에너지기금 배정, 마스크사업 인허가와 공공기관 납품, 한국남부발전 임직원 승진 등을 알선해주는 대가이고, 3억3000만 원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명목이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다만 알선 대가로 받은 돈과 불법정치자금이 일부 겹친다며 그가 받은 돈을 총 10억 1000만 원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전 부총장 측은 청탁·로비 등 알선 대가가 아니라 단순한 채무관계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 전 대표로부터 선거비용으로 7억 4000여 만원을 빌린 뒤 5억3000여 만 원을 갚아서 2억 원의 채무만 남은 상태였는데 박 전 대표가 갑자기 10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검찰은 여성가족부 대선공약 개발 의혹,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태양광사업 비리 의혹, 성남FC후원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의혹, 백현동·위례신도시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주로 문재인 정부나 야당의 주요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주요 인사라고 보기 어려운 이 전 부총장을 구속시킨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가 청탁하거나 로비한 야당의 거물급 인사들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노영민·송영길·박영선 등의 이름 언급했다"
이 전 부총장 측의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6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이 거물도 아니고 근거도 부실한데 그런 사람을 상대로 특수부 검사들이 투입됐다"라며 "검사 1명이 아니라 (과거 특수부라고 할 수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가 담당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를 할 때 중요한 사건이면 검사가 한두 명 들어가는데 이정근 전 부총장의 경우에는 부장검사까지 총 6명의 검사가 들어왔다"라며 "2명의 검사가 70여 쪽에 이르는 PPT자료 브리핑을 진행했다, 수사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30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는 김영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사 6명이 출석했다. 당시 검찰은 PPT 70장 분량을 준비해 2시간 동안 이씨의 혐의를 설명하고 구속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검찰 관계자조차도 "이정근 전 부총장은 국회의원 신분이거나 유명한 사람이 아닌데, 검사 6명이 영장심사에 출석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라며 "그만큼 검찰이 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분석했다.
정 변호사는 "이정근 전 부총장이 검찰의 타깃이 아니다"라며 "큰 물고기를 낚기 전에 미끼부터 낚는데 이정근 전 부총장은 미끼에 불과하다"라며 "그 미끼에 일단 공을 들이고 이정근 전 부총장을 구속한 후에 이를 발판 삼아 '더 큰 물고기'를 낚으려는 의도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겨냥하는 야당의 거물급 인사와 관련, 정 변호사는 "검찰수사 과정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송영길 민주당 대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민주당 쪽의 비중 있는 인사들 이름이 다 나왔다"라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직접 타깃인 것 같다"라며 "구속영장을 보면 알선수재가 30여 건이 나오고, 각각의 알선수재에 타이틀을 붙였는데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이름이 타이틀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이름은 검찰이 먼저 언급한 것이다"라며 "우리는 이들의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검찰은 박우식 전 대표가 이 전 부총장의 소개를 받아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다고 보고 있다"라며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불법자금을 누가 자기 계좌로 받겠나?"